학생·노동자 "닥치고 샌더스"에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

'비주류 중 비주류' 샌더스, 뉴햄프셔 승리
샌더스 "트럼프 끝낼 것"…新 대세론 부상
덥수룩한 할아버지 지지하는 학생·노동자들
'기성 정치인 이미지' 바이든은 5위로 추락
공화당 트럼프 독무대…"정신나간 샌더스"
  • 등록 2020-02-13 오전 6:10:56

    수정 2020-02-13 오전 6:10:56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EPA/연합누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덥수룩하고 헝클어진 머리칼. 낡은 안경테. 수십년은 된 듯한 구식 양복. 80세를 바라보는 고령의 나이. 미국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과격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강성 좌파 버니 샌더스(79) 상원의원의 트레이드 마크다.

오죽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샌더스 의원을 향해 ‘정신 나간(crazy)’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을까.

과격분자로 치부됐던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르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며 신(新) 대세론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新 대세론’ 샌더스 “트럼프 끝낼 것”

CNN에 따르면 개표가 97% 이뤄진 12일 오전(현지시간) 현재 샌더스 의원은 25.9%를 득표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CNN을 비롯해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은 개표가 90% 즈음 이뤄졌을 때부터 그의 승리를 보도했다.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1.5%포인트 뒤진 24.4%로 2위에 올라 있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1위에 오른 돌풍을 이어간 것이다. ‘좌파 샌더스-중도 부티지지’ 2파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에이미 클로버샤(60) 의원은 19.8%로 3위를 달리고 있으며, 엘리자베스 워런(71) 상원의원은 9.3%를 득표하고 있다. 한때 샌더스 의원을 제치고 대세론의 주인공이었던 조 바이든(78) 전 부통령(8.4%)은 5위로 추락했다. 사실상 군소후보로 전락한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언론의 승리 보도 직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연설을 통해 “이번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끝내기 위한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 for Donald Trump)”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부자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움직이는 경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6~9일 몬머스대가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26%로 처음 1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항마’로 완전히 부상한 셈이다.

누가 봐도 리더 같지 않은 그를 지지하는 계층은 누구일까. 10~20대 학생과 가난한 노동자 등이다. 전형적인 정치·경제적 약자들이다. 그 대신 이들은 좌고우면 하지 않고 ‘닥치고 버니’를 외치는 특징이 있다. 부유세 부과, 대학 무상교육 등이 샌더스 의원의 대표 공약이다.

그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에게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민주당은 그간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등 중도 성향의 젊은 40대 후보를 냈을 때 대선을 이겼던 방정식에 익숙해져 있다. 게다가 그는 민주당 내에서도 이념이 과격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후보 분석을 통해 샌더스 의원의 강점을 ‘열혈 지지층’으로, 약점을 ‘극단주의’로 각각 꼽았다.

‘기성 정치인 이미지’ 바이든 5위 추락

그 연장선상에서 주목 받는 게 바이든 전 부통령의 몰락이다. 기성 정치인 이미지의 온건 중도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샌더스 의원과 여러모로 대척점에 서 있는 인사다. 그는 전날 밤 개표 결과가 채 나오기 전 다음 경선 장소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 떠났다. 경선 중도 이탈이라는 혹평마저 나온다. 다음달 3일 예정된 ‘슈퍼 화요일’부터 마이클 블룸버그(78) 전 뉴욕 시장이 경선에 참여한다면, 중도 표심은 그를 더 외면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다. 개표가 96% 진행된 현재 그는 85.7%를 득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주요 주자들을 일일이 조롱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샌더스 의원을 향해 “정신 나간 (사회주의자인) 버니는 돈 덕분에 경선에 참여하고 있다”며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샌더스 의원이 지난해 민주당 내에서 가장 많은 선거 후원금을 받은 점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샌더스 의원은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백만장자가 됐다는 이른바 미국판 ‘강남 좌파’ 비판도 받아 왔다.

그는 부티지지 전 시장에 대해서는 “‘부트에지에지(Bootedgeedge)’가 오늘밤 꽤 잘하고 있다”고 했다. 부트에지에지는 부티지지 전 시장의 발음이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붙인 별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 언론들이 민주당 경선에 엄청난 이야기를 갈망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별로 기대할 건 없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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