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5년]양국 '앓는 소리' 했지만…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한미FTA 손익 계산서 보니…
불황에도 한미교역 1.7% 늘어
韓, 화학·수송기계·차부품 수혜
美, 車·의약품·항공기부품 이익
  • 등록 2017-03-15 오전 6:00:00

    수정 2017-03-15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안 한다. 국익에 배치되면 안 해도 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접근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비롯한 다른 FTA의 성공적인 체결을 가능하게 했다.”

참여정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으면서 FTA로드맵을 만든 김현종 한국외대 교수는 그의 저서 ‘한미FTA를 말하다’에서 이같이 한미FTA 체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FTA는 협상 당사자가 아닌 제3국에 대한 차별이 본질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굴욕적인 조항을 수용하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는 한국이 미국FTA를 우선적으로 노리긴 했지만,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EU) 등 다른 FTA도 타진 가능성을 ‘지렛대’로 활용하며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미FTA가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은 협정이라는 얘기다.



◇자동차부품, 기계 수출 늘고…항공기부품, 의약품 수입 증가


그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을까. 5년이 지난 성적표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한미FTA가 한국에 불리한 협정이었다는 우려와 달리 지난 5년간 양국의 교역과 시장점유율이 늘고, 한국은 상품시장에서 미국은 서비스시장에서 서로 ‘윈윈’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이후 지난 5년간 세계 교역이 연평균 2.0% 감소하고 우리나라 교역이 3.5%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교역은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모두 수입시장에서 상대국 점유율도 올라섰다.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1년 8.5%에서 2016년 10.64%로,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57%에서 3.19%로 상승했다.

상품수출과 상품수입의 차이를 뜻하는 무역수지 변화만 보더라도 상품시장에서는 우리가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난다. 한미FTA 발효 전인 2011년에는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폭이 116억4000만달러였지만 5년차인 지난해에는 232억5000만달러로 116억1000만달러가 더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수송기계, 화학제품, 기계 등 품목을 중심으로 FTA효과를 톡톡히 봤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수출은 발효 즉시 2.5%에 해당하는 관세가 사라지면서 차체부분품, 기어박스, 운전대 등 주요 품목 중심으로 연평균 8.0% 늘었다. 다만 자동차의 경우 FTA효과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난해부터 2.5%관세가 사라졌지만 북미 생산기지를 통한 판매 확대와 함께 지난해 파업과 태풍 등으로 생산차질로 오히려 수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외 기계의 경우 세탁기 공장이 해외 생산기지로 이전하면서 수출이 5년간 23.4% 줄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열교환기, 보일러 부분품 수출이 늘면서 연평균 1.6% 늘어난 효과를 봤다. 화학제품 역시 6.5% 관세가 철폐되면서 5년간 연평균 9.7% 수출이 늘어났다. 이는 일본(-4.0%), 중국(4.1%), 대만(3.8%) 모두 크게 웃돈 수치다.

반면 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은 항공기부품(12.4%), 승용차(37.1%), 의약품 분야(12.9%) 중심으로 늘어났다. 농산물의 경우 작황 불황의 영향으로 곡물(-6.2%) 수입은 감소했지만, 오렌지 등 과실류(3.2%)·견과류(8.0%) 등이 늘었고, 쇠고기 역시 광우병 파동으로 처음에는 주춤했지만 연평균 5.6% 증가하면서 수입시장 점유율도 발효 전 대비 4.5%포인트 늘어났다.



◇늘어난 무역수지 흑자…FTA재협상에 ‘짐’이 돼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지금은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론’을 들고 나오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를 잣대로 무역협정의 성패를 판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미FTA 체결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대행을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도 최근 좌담회에서 “한미FTA 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경제성장 둔화, 미국 내 수입품 수요 증가 등 거시경제의 측면을 봐야 한다”면서 “한미FTA는 잘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역수지에 서비스 수지를 포함해도 얘기가 달라진다. 지적재산권에 강점을 갖고 있는 미국은 한미FTA에 따른 보호 강화로 사용료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미 서비스 무역수지는 2011년 109억7000만달러 적자에서 2015년 140억9000만달러 적자로 폭이 확대됐다. 무역수지에 서비스수지를 합산한 총 교역수지는 2015년 기준으로 117억2000만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FTA효과는 상품 수지만 볼 게 아니라 서비스, 투자까지 포괄해서 봐야 한다”면서 “한국이 상품에서 유리했다면 미국은 서비스에서 이득을 보면서 서로 윈윈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가 곧바로 재협상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체결된 지 23년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불가피하겠지만 한미FTA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 밀려있다. 오히려 재협상보다는 미국기업이 국내에서 활동하는 제약을 걷어내기 위한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수지만으로 재협상 근거로 끌어내기엔 미국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압박을 통해 한국의 반응을 보고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가늠하려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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