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의 역사성과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밀집된 노후 건축물을 정비하기 위해 중구 다동·무교동과 서소문·양동 일대에 ’수복형 재생사업’(소단위 맞춤형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개발 지역 일대 건물을 전면 철거하고 고층 건물을 세우는 기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도로를 유지하면서 개별 건물의 리모델링·재건축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건폐율 60%→90%, 1~2개 필지 개발 가능해져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 수정안을 내달 주민에게 공람한다. 지난해 5월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안을 발표한 지 약 1년 만이다. 이번 수정안은 도시재생계획을 종전의 전면 철거 위주에서 ‘보전’과 ‘개발’ 등 투트랙 체제로 전환하는 쪽으로 구체화한 게 특징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옛날에는 도심 재개발을 위해 기부채납 등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 올려주고 통합개발을 유도했다”며 “사대문 안은 그 역사성과 문화성이 보존할 가치가 큰 만큼 건폐율 규제를 완화하고 개별 필지 단위의 소규모 개발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 규제도 완화된다. 서울은 도시계획 조례상 일반상업지역의 건폐율 상한을 60%로 적용하고 있지만, 중구청의 경우 지난해부터 구내 도시환경정비구역의 건축 규제를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 신축의 경우 △4층 이하, 용적률 240% 이하, 건폐율 60% 이하 △2층 이하, 용적률 180% 이하, 건폐율 90% 이하 △지하 1층 허용 등 3가지로 나눠어 있던 규제가 ‘4층 이하, 용적률 240% 이하, 건폐율 90% 이하’로 완화됐다. 증축도 ‘4층 이하, 용적률 240% 이하, 건폐율 90% 이하’로 규제가 풀렸다.
도심 재개발 패러다임 전환…전면 철거에서 개발·복원으로
사업 절차도 간소화되고 빨라진다. 대규모 개발인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수립 등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면, 소규모 개별지구에 대한 사업시행은 건축허가를 받아 추진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토지 소유자들이 합의해야 진행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과는 달리 개별 토지 소유자가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필요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의사 결정도 빠르다.
실제 지난 2013년 11월 서울시 첫 소규모 정비사업 지구로 선정된 공평도시환경정비구역(인사동 161 일대, 3만 3072㎡)의 경우 규제가 완화된 이후 건물 6곳이 신축에 들어섰다. 이전에는 개발하려면 대규모 철거가 이뤄져야 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발 행위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공평구역 내 열악한 도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로를 개설·확대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도로가 어디로 날지 모르기 때문에 방치할 수밖에 없었지만 옛길을 살린다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구청도 도로 정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이 소단위 맞춤형 정비사업을 통해 특색 있는 거리와 건축물로 탈바꿈하면 유동 인구가 늘고 상권도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서울 상권의 중심은 강남이지만 수복형 재생사업사업으로 서울 도심권이 새로 정비되면 상권이 재배치될 가능성도 크다”며 “향후 5~10년 정도를 내다본다면 도시재생지역이나 정비사업지역 중 저평가된 곳을 찾아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