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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강화하자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중심으로 편법 우회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규제로 기존 한도가 줄자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으로까지 자영업자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개인사업자대출을 가계대출이 아닌 중소기업대출로 분류하고 있어 부실화될 경우 위험이 가계대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금융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내달부터는 상호금융을 필두로 2금융권에 대한 개인사업자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계부채 총량규제의 후폭풍에 줄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대신 개인사업자 대출로
최근 금융기관 부채 증가의 주요 특징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일단락하고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대출의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300조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 2.6%의 두 배가 넘는 속도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호금융조합의 개인사업자대출 증가는 같은 기간 10.9% 오른 49조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비해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난 것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지난달 25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될수록 금융회사들이 개인사업자대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급할 유인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상호금융의 자영업자 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여신심사가 은행보다 단순해 여신취급 시 개인대출이 막히니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난 것”이라며 “내달 23일부터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시범실시되면 상호금융도 조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 금융기관의 대출 옥죄기는 소득이 높지 않은 영세사업자를 중심으로 직격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규제와 달리 생계와 직결돼 있는 만큼 사업상 필요한 자금수요에도 대출길이 막혀 파산으로 이어지거나 갑작스런 한도 축소 등으로 유동성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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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는 1990년대 일본 부동산가격 버블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계부채총량제’처럼 대출의 공급을 규제한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총량관리제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저금리와 경기불황에 따라 늘어나는 대출 수요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양적 통제로 되려 경제적 약자에게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희수 하나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금액을 정해놓고 인위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이 시장의 논리에 위배 된다”며 “특히 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양으로 규제하는 총량규제는 경제적 약자에게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는 부채를 양적으로 조정하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지금까지의 질적 규제가 통하지 않은 만큼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소득, 매출 감소 자영업자는 경기 침체와 유동성 축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출이 까다로워지면 제2금융권 또는 비제도 금융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한 상환 부담 가중은 결국 연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