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배민 수수료 논란 공공앱은 정답이 아니다

총선용 공공앱 선동에 세금낭비 우려
배민 최악의 타이밍에 수수료 바꿔 공분
제로베이스에서 적정 수수료 다시 검토해야
  • 등록 2020-04-10 오전 5:30:00

    수정 2020-04-10 오전 9:00:48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배민)의 수수료 개편 논란으로 지자체가 공공 배달앱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자체의 배달앱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북 군산시 공공 배달앱 ‘배달의명수’를 거론하면서 촉발됐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배달의명수를 모델로 공공앱을 만들겠다고 잇따라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조금만 따져보면 공공앱은 많은 허점이 있다. 자영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 즉 수익모델이 없는 앱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결국 지속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 공공 배달앱이 활성화돼 시스템 업데이트와 운영에 비용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지속적으로 세금투입이 증가할 것이다.

그나마 이 문제는 활성화가 된 다음에 걱정할 일이다. 그간의 공공앱의 실패사례는 많다. 행정안전부의 ‘2018 공공앱 성과측정’에 따르면 지자체가 운영중인 공공앱은 372개로 집계됐는데 그 중 64%인 240개가 개선·폐지 권고를 받았다. 중앙부처의 공공앱까지 포함해 2017년부터 매년 130~150개의 앱이 폐기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서울시가 택시 승차거부를 근절하겠다며 내놨던 ‘지브로’와 ‘S택시가’ 연이어 실패한 전력이 있다. 제로페이도 마찬가지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목표액의 0.8%밖에 이용하지 않았다.

총선 국면에서 배민의 수수료에 반감을 가진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공공앱 선동이 세금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배민의 문제는 배민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배민은 수수료를 정액제(깃발 1개당 8만8000원)에서 정률제(주문금액의 5.8%)로 바꾸면 수십개의 ‘깃발꽂기’를 하는 자금력있는 업체들의 광고 독식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5.8%의 수수료는 국내외 배달앱 업계의 통상 수수료보다 낮은 수준이고 시행에 앞서 실시한 자체 시뮬레이션에서도 입점 업주의 52.8%가 배달의민족에 내는 광고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지금은 52.8%에게 이롭고 47.3%가 불이익을 받는 수수료 체계는 아무런 명분을 가지지 못한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풀고,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로열티를 면제하고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상황이다.

이번 수수료 개편이 어떤 자영업자에게 이득이고 아니고를 떠나 배민의 수익은 늘어난다. 모두가 고통분담을 하는 시기에 이런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는 것이다. 다행이도 배민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당한 수수료 체계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너무나 다른 상황이다. 해외보다는 낮은 수수료라고 하지만 배민은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업체다. 해외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매출 규모에 따른 자영업자의 실익을 따져 명분을 만들기보다 수수료 체계 변화에 따른 배민의 실리를 인정하고 적정한 수준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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