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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경력은 일반 기업 ‘대리’급에 들지만 A씨의 신분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리를 내줘야 하는 계약직 혹은 언제든 그만둬야 하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어요. 그렇지만 비정규직이라고 방송국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적 대우를 받을 때마다 속상해요. 가끔씩 심한 말을 들을 때가 있지만 저보다 더 어렵게 일하는 분들도 있어 참고 있어요.”
A씨는 주 7일 일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냅니다. 나름 실력을 인정 받아도 2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또다른 ‘일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합니다. 오아시스가 아닌 일할 곳을 찾는 유목민인 셈입니다.
하지만 더 힘든 것은 언어나 신체적 폭력을 당할 때입니다. A씨는 아직까지 극단적인 사례를 당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어 폭력을 당해도 딱히 대응을 하거나 하소연할 곳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A씨가 유독 실력이 모자라 ‘꿈의 노예’가 돼 ‘매맞는 유목민’ 생활을 하는 것일까요? A씨는 “2년 계약 기간이 끝나도 정규직 전환 얘기는 없었어요. 다만 프리랜서로 전환해서 (자신들과) 더 일해볼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더라고요.”라고 말합니다. A씨와 더 일하고 싶지만 A씨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비단 계약직 아나운서만 ‘매맞는 유목민’ 생활을 하는 것일까요? 방송 업계에는 ‘꿈의 노예’들이 은근 많습니다. 작가, 프로듀서(PD)도 그 예입니다. 스타급 작가나 PD가 아닌 이상 이들의 고용은 열악합니다.
특히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상 ‘자신이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방송국 정규직을 위한 ‘보조’이며 언제든 잘릴 수 있습니다.
열정을 가진 방송업계 대체 인력은 어디서든 언제든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일을 하게 해준 것 자체를 영광으로 알아라”식의 생각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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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올린 글에 따르면 작가는 “존댓말을 해주는 것도 고마운줄 알아야지”, “스브스뉴스와 내가 아니라면 당신은 온갖 무시를 당할텐데”, “왜 불평불만을 갖지? 내 말뜻을 알겠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라”라는 언행을 스브스뉴스 책임자로부터 들었다고 합니다.
수차례 반복된 문구중 하나가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라’입니다.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전형적인 ‘윗사람’의 사고방식입니다.
지난 6월 발생한 MBN 정규직 PD의 독립PD 폭행 사건도 방송 업계에서는 그동안 팽배해 있던 ‘갑을 의식’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독립PD들은 MBN 측의 책임있는 사과와 가해 PD에 대한 해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MBN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이 와중에 방송 업계 민낯 또한 드러났습니다. 김환균 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8월 10일 MBN 본사 앞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콘텐츠가 우대받는, 창조경제로 나가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일하는 수 많은 계약직·인턴·프리랜서의 눈물을 외면한다면, 정부 의도대로 젊은이들이 이런 일자리에 몰릴 수 있을까요. 젊은이들의 열정은 소모품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