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Vs"합의한 성관계" 진실공방에 멍드는 '#미투'

조민기씨 사망 이후 "미투 과열" vs "미투탓 아냐" 논쟁
여성시민단체, 미투 왜곡·반격에 맞서 범시민행동 출범
전문가들 "성폭력 문제 해결될 때까지 미투 계속해야"
  • 등록 2018-03-15 오전 6:30:00

    수정 2018-03-15 오전 6:59:34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를 찾은 참석자들이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 바람에 역풍이 불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인사들이 ‘허위 폭로’라며 되레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는 등 미투 폭로를 진실공방으로 몰고 가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특히 제자 성추행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고(故) 조민기씨 사건을 계기로 일부 네티즌들이 가해자를 옹호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이 손쉽게 자행되온 잘못된 사회구조가 바뀌기 전까지는 미투 운동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며 왜곡·축소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봉주·던말릭 성추행 의혹 진실공방 벌여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정봉주 전 의원이 7년 전 한 여성을 성추행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이 “해당 여성을 만난 사실도 성추행 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한 뒤 프레시안 측이 재반박을 하면서 연일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래퍼 던말릭(22·문인섭)도 미성년자 팬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지만 지난 13일 “더는 억울한 성범죄자로 남을 수 없다”며 피해 여성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며 진실공방에 불을 지폈다.

앞서 지난 9일엔 조씨가 경찰 소환 조사를 사흘 앞두고 자신의 자택 지하 창고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씨는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면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이에 일각에선 미투 운동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며 미투 운동 자체에 대한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투 운동의 부작용으로 조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대학생 박모(24)씨는 “조씨의 성범죄에 분노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여론재판으로 개인적인 문자메시지를 공개해버리는 것은 너무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상 수사에 들어가서 유죄판결이 날 때까지 언론은 보도를 자제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조씨의 성추행 혐의를 폭로했던 배우 송하늘(25)씨의 페이스북에도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과 검찰에게 신고할 것을 SNS에 폭로해 사람을 궁지에 몰리게 했다’는 내용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사자들은 언젠가 그 벌을 받기 마련인데 세상에 다 폭로해서 한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은 못된 짓이다. 죄책감을 가지고 살라’는 2차 가해 댓글도 있다.

앞서 송씨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청주대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이제 막 대학로에 데뷔한 신인 배우”라며 “재학시절 조씨는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술을 마시게 한 뒤 신체를 만졌다”고 폭로했다.

폭로 피해자 꽃뱀 등 음모론 휩싸일까 우려도

반면 조씨의 사망이 미투 운동의 반작용 때문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조씨가 사망을 택한 것은 미투 운동 때문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책임을 질 자신이 없어 도피한 것일 뿐”이라며 “용기 있게 폭로에 나선 피해자들이 앞으로 ‘꽃뱀’이라는 등 괜한 음모론에 휩싸이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백모(33)씨도 “조씨는 이미 학교에서 성추행 사실이 인정돼서 면직처분을 결정한 상태였는데도 혐의를 부인했다”며 “학교 역시 사법 처리를 의뢰하지 않고 일을 조용히 덮으려고 하면서 폭로가 나오고 일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학교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시민단체들은 미투 운동에 대한 왜곡·반격을 우려해 범시민행동을 꾸릴 예정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8개 여성단체는 오는 15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을 출범해 미투 운동에 대한 반격에 맞서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들은 “일각에서 미투 운동이 정치공작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미투 운동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이용하려 하고 있다”며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고 성폭력 사건 해결의 걸림돌이었던 법제도 개혁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성폭력 문제 해결되기 전까지 미투 계속돼야”

전문가들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 반격에 대해 우려를 표현하는 한편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미투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2차 피해에 해당하는 말들이 그전부터 있었는데 조씨가 사망해 그 목소리들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라며 “성폭력 신고율과 기소율이 낮고 조직 내에서도 피해 사실을 묻으려는 시스템 자체가 정비될 때까지 미투 운동이 사그라지거나 왜곡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도 “조씨가 사망하고 비슷한 시기에 미투로 폭로된 성추행 가해자 중에 합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소위 찌라시를 통해 2차 피해를 유발하는 허위사실이 다수 유포되고 있다”며 “조만간 이런 자료를 모두 정리해서 2차 가해자에 대한 고발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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