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에 걸려온 "치킨 좀"…옆엔 흉기 든 남편 있었다

  • 등록 2021-11-03 오전 7:33:24

    수정 2021-11-03 오전 7:36:49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경찰청은 2일 112 창설 64주년을 맞아 소통 간담회를 열고 112 우수사례 모음집 ‘112 소리를 보는 사람들’을 발간했다. 신고자의 작은 신호를 예리하게 파악해 큰 피해를 막은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사례집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남상윤 경사는 어느 날 “치킨을 시키려고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루에도 수많은 장난 전화가 오지만, 남 경사는 신고자인 여성의 떨리는 목소리에 이 날만큼은 장난이 아님을 직감했다고 한다.

남 경사는 “어디로 가져다드리면 되느냐” “누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느냐” “남자친구가 옆에 있나” 등의 질문을 했다. 전화를 끊고 그는 곧바로 위치를 추적해 현장에 경찰관이 출동하도록 했다.

현장에서는 만취한 남편이 흉기를 들고 아버지를 찌르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는 남편을 진정시키기 위해 치킨을 사주는 척 112에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또한 경찰관이 기지를 발휘해 자살을 막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 강서경찰서 설태식 경위는 자살이 의심된다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신고자는 구조가 필요한 사람의 번호만 전달한 채 전화를 끊었다. 설 경위가 자살 시도 의심자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한 후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했지만 그의 이름은 뜨지 않았다.

설 경위는 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카카오페이를 떠올렸다. 그는 자살 시도 의심자에게 카카오페이로 1원을 송금했고 이내 이름 석 자가 떴다. 설 경위는 이렇게 알아낸 이름과 전화번호로 그의 위치를 알아내 출동했고 결국 만취 상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거동을 못하던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경상남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의 이경진 경위는 ‘침묵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 이 경위는 당황하지 않고 “경찰 도움이 필요하시면 전화 버튼을 눌러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짧지만 또렷한 버튼음이 들렸다.

신고자가 말 못 할 상황에 놓여있단 것을 눈치챈 이 경위는 그의 주소를 물으며 “버튼을 눌러달라”고 했다. 이 경위는 키패드의 버튼음에 귀 기울였다. 그는 버튼음 만으로 신고자가 사는 아파트 동·호수를 알아내 현장에 출동했다. 도착한 신고자의 집에선, 남편이 아내에게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자녀 훈육 문제로 다퉜다고 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소통간담회에 참석해 “신고를 많이 받다 보면 장난전화로 넘길 수도 있는데 사소한 음성을 놓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모든 신고에 최선을 다해준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든든하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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