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규제의 그늘]③"나도 자영업자입니다"

"SSM 간판 달았다고 대기업 취급..억울하고 답답"
"매장 더 큰 개인마트 놔두고 가맹점만 역차별"
"지방 곳곳 하나로마트, 동네상권 침해 더 심해"
  • 등록 2012-12-27 오전 8:57:06

    수정 2012-12-27 오전 8:57:06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허연정(44) 씨는 슈퍼마켓 경력만 18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20대 중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이 운영하는 마트의 점장 생활을 하다 2005년 자신이 직접 슈퍼마켓을 차렸다.

“아파트 상가에 문을 열었는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재작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열기로 했죠. 1억9800만원 들었습니다. 10억~11억원 하는 임대보증금과 1000만원 가량의 월세는 본사가 내고 저는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빵집 프랜차이즈도 비싼 곳은 4억~5억원을 줘야 문을 여는데 이만한 사업이 없었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내 전경. (자료=홈플러스 제공)
다행히 오픈 당시 하루 1200만원 정도였던 매출이 1년 뒤에는 1800만원으로 뛰었다. 허 씨는 “마케팅이나 물류, 매장운영 등에서 혼자 슈퍼마켓을 할 때보다는 나았다”며 “개인 슈퍼마켓을 하는 지인들에게도 소개해 줬다”고 했다.

그런 허 씨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반경 150m 안에 두세 개의 개인 마트가 들어선 데 이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규제로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 그는 특히 “나도 가맹계약을 체결해 장사하는 개인 점주에 불과한 데 어느 순간 대기업이라고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라며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가맹점 예외둬야”

현재 허 씨처럼 대형유통업체의 간판을 달고 장사를 하는 전국의 SSM 가맹점은 150여개다. 전체 SSM의 15%(롯데·GS·홈플러스 기준)에 이른다. 이들은 SSM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고 영업하는 프랜차이즈지만 직영점과 거의 동일한 영업규제를 받고 있다.

경기도 군포에서 SSM을 운영하는 이영태(40) 씨도 마찬가지다. 6~7년간 개인 슈퍼마켓을 하다가 지난해 SSM으로 바꾼 그는 올 여름 시행된 영업규제로 월매출이 2000만~2500만원 가량 줄었다. 이 씨는 “남자 직원 2명을 고용할 수 금액이 날아간 것”이
기업형 슈퍼마켓 중 15% 정도가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이다. 이들은 사실상 자영업자나 다름없는데도 영업규제를 받고 있다. (자료=각사 제공)
라고 했다.

이 씨가 개인 슈퍼마켓을 할 땐 직원 7~8명을 썼다. 그러다 SSM으로 바꾸면서 고용인원을 2배로 늘렸다. 그는 “개인 슈퍼마켓을 할 땐 제조업체나 대리점 직원이 직접 와서 매장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필요 없지만 SSM으로 간판을 바꾸면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영업규제로 매출이 줄면서 직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줄이기도 어려워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직영점이야 대기업이 직접 하는 것이니 규제를 하더라도 우리 같은 가맹점은 예외를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똑같은 개인이 하는 것인데 우리보다 매장이 큰 개인 마트나 슈퍼마켓은 놔두고 대기업 간판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일 아니냐”고 따졌다.

“규제해야할 곳은 놔두고…”

국내 SSM 가맹점 10곳중 6곳 정도는 본인이 절반 정도를 투자하고 나머지 절반은 본사가 자금을 대는 형식으로 문을 연다. 가령 수도권에서 80~100평 규모의 개인 슈퍼마켓을 열려면 보통 10억~12억원 정도 드는데 비해 SSM 가맹점은 5억~6억원이면 문을 열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제도는 10억원을 가진 사람은 놔두고 5억원을 가진 사람만 규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강원도 강릉에서 개인 슈퍼마켓을 하다가 지난달 롯데슈퍼로 바꾼 조현영(43) 씨도 비슷한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대도시는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문제일지 몰라도 지방은 농협이 더 큰 문제”라며 “전통시장 가까이에 붙어 있는 것도 농협 하나로마트고, 여기저기 문을 연 곳도 하나로마트인데 정작 거기는 놔두고 다른 곳만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22만명의 강릉시에는 현재 20개가 넘는 하나로마트가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51%를 넘는다는 이유 등으로 영업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씨는 “농협을 규제해야 전통시장이든 동네 슈퍼마켓이든 살아날 수 있는데 이 문제는 다들 손을 놓고 있다”면서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면서 되레 역차별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영업규제의 그늘]①소비자는 없다
☞[르포]불꺼진 홈플러스, 주민·상인 등 모두가 피해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