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절반이 여성인데…정부청사 화장실은 男 64% VS 女 36%

정부서울청사 여성 화장실, 전체의 35.9% 그쳐
전체 공무원 중 女45%…청사 화장실 수 男>女
'女화장실 더 설치' 규정에도 정부청사 사각지대
합격자 중 女 절반 넘는 데도 여전히 남성 중심
  • 등록 2017-12-18 오전 6:30:00

    수정 2017-12-18 오전 6:30:0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화장실 가면 한참 기다려야 해요. 여자들은 화장실에서 화장도 고치고 심지어 머리 만지는 직원도 있는데 한 층에 화장실이 하나 밖에 없으니 늘 북적여서 불편해요.”

전체 공무원 중 절반이 여성인 시대다. 공무원 신규채용 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여초(女超)현상이 10년 넘게 이어진 때문이다. 그러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어 여성 공무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서울 광화문 소재 정부서울청사 본관(정부서울청사)의 경우 근무하는 공무원 중 절반이 여성이지만 화장실 3곳 중 2곳은 남자 화장실이다.

여자 화장실은 소변기가 따로 없어 사용 시간은 남성 대비 2배가량 길다. 국회에서는 이점을 감안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공중화장실법)까지 제정했지만 정작 정부청사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공중화장실법은 수용 인원 1000명 이상 시설의 경우 여성화장실 변기 수를 남성화장실 변기 수의 1.5배 이상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청사 본관 화장실 男 41곳, 女 23곳

17일 각 정부부처와 정부청사관리소에 따르면 정부서울청사 사무 공간 내 남성화장실은 41곳인 반면 여성화장실은 23곳으로 전체의 35.9%에 그친다. 지하 3층부터 지상 17층까지 각 층의 남자화장실은 2곳, 여자화장실은 1곳만 설치돼 있다. 여성 직원이 70%나 되는 여성가족부(정부서울청사 18~19층)만 유일하게 여성화장실이 남성화장실보다 더 많았다. 민원실 등 공용공간으로 확대해도 남성 45개, 여성 28개로 남성화장실이 월등히 많다.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는 김모(여성·34)씨는 “보통 다른 사무실은 같은 층에 남여 화장실이 함께 있는데 청사 건물은 같은 층에 여성 화장실은 1곳, 남성 화장실은 2곳이라 불편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국가·지방직 전체 공무원 수는 104만6487명으로 이 중 45.2%(47만3006명)가 여성이다.

특히 여성 공무원 비율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5·7·9급 국가공무원 합격자 5508명 중 2772명(50.3%)이 여성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여성 공무원이 절반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지만,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는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 화장실이 전체의 36%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서울청사의 4개 부처(행정안전부·통일부·여성가족부·금융위원회)의 계약직 포함 공무원(2161명) 중 여성은 41%(887명)나 됐다.

외교부가 입주한 정부서울청사 별관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여성 직원이 607명으로 남성(555명)보다 많지만 화장실 수는 남자가 30곳, 여자가 28곳이다. 비교적 최근 지어진 정부세종청사 역시 남자 화장실이 여성보다 20곳 가량 더 많다. 정부과천청사만이 유일하게 남자 90곳, 여자 92곳으로 여자 화장실이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女 화장실 1.5배 규정한 공중화장실법 정부가 외면

2004년 제정된 공중화장실법에 따르면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자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으로 설치해야 한다. 공연장이나 관람장 등 수용인원이 1000명 이상인 시설에선 여자화장실의 대변기 수가 남자화장실 대·소변기 수의 1.5배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지난 4월에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화장실 대변기 수를 남성 대·소변기 수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정부청사에 여자화장실을 더 늘리기는커녕 법으로 정해진 규정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

박형배 행정안전부 서울청사관리소 시설과장은 “서울 본관은 50년 가까이 된 낡은 건물로 당시에는 여성 공무원 비중이 적어 성비에 맞게 화장실을 만들다보니 여성화장실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라며 “일반인들도 이용하는 공용공간은 남녀 화장실을 같은 비율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직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청사 본관에 근무 중인 김진명(가명)씨는 “긴 복도에 여자화장실이 1곳밖에 없다보니 늘 꽉 차있어 되돌아갔다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며 “공무원도 공무원이지만, 계약직 직원이나 청소하시는 분들도 여성이 많고 요즘 들어오는 젊은 직원 중 여성비율이 절반을 넘는데 화장실도 그에 맞게 개조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