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두산 굴착기는 어떻게 중국시장을 뚫었나

[한중 산업단지를 가다]③두산, 옌타이 대표 외자기업 '우뚝'
12월부터 성수기 준비 작업…일대일로 수혜로 급성장
토종업체 판촉으로 위협…수익성 위주로 경쟁력 높여
  • 등록 2019-12-11 오전 5:00:00

    수정 2019-12-11 오전 9:41:10

[옌타이(산둥성)=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옌타이 해안에서 약 4㎞ 떨어진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생산공장. 굴착기와 휠로더 수백대가 열을 지어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장은 상반기 시작되는 성수기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28일 찾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에서 굴착기와 휠로더 등 건설기계를 생산하고 있는 두산공정기계(DICC) 옌타이공장.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유례없는 호실적에 고무된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두산공정기계 관계자는 “중국 굴착기 시장은 통상 2월부터 성수기가 시작되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제때 맞추기 위해 12월부터 성수기 준비 작업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中 일대일로 힘입어 3년새 매출 4배 껑충

굴착기 생산 공장 내부는 각 종 부품들로 가득했고, 직원들은 굴착기 하부를 조립하는데 분주했다. 기계가 부딪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다.

굴착기는 용접라인, 조립라인, 교정라인 등 크게 3가지 작업을 거친다. 라인은 크기에 따라 3개로 나뉜다. 상부체와 하부체가 각 라인에서 작업을 마치면 프론트 부분이 합쳐서 굴착기 한 대가 완성된다.

1994년 설립된 두산공정기계 공장 규모는 24만㎡ 에 달한다. 이 곳에는 23기종의 굴착기가 연간 1만8000대, 지게차는 16개 차종 2600대가 생산된다. 만들어진 굴착기는 26개 대리상과 187개 판매사무실 등을 통해 중국 각지로 팔려나간다.

이곳의 굴착기 부품은 70~80%가 중국산이다. 나머지 20~30%는 한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원가가 낮아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저렴하다.

공장 중간에는 설립 초기인 1996년 만들어진 굴착기가 기념비처럼 서 있다. 굴착기 앞에는 20여년간 비바람을 견뎌내고 여전히 작동되는 이 장비가 두산의 품질을 증명한다고 적혀 있다.

두산은 캐터필라, 고마쯔 등 세계 굴지의 건설중장비 기업보다 한발 늦은 1994년에야 중국에 진출했지만, 이들을 제치고 수년째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설립 초창기 200대에 불과했던 굴착기 판매 규모는 2010년 2만여대로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3년부터 중국의 경기둔화로 위축됐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매출은 지난 2015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494억원으로 증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시장 실적은 지난 2014년부터 추진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수혜를 입으며 급성장했다. 인프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건설경기 호황의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영억이익은 1832억원, 당기순이익은 1369억원으로 2년 연속 1000억원대다. 3년만에 매출이 4배가량 성장하며 중국은 명실상부한 두산인프라코어의 핵심 시장이 됐다.

옌타이시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두산 옌타이 둥지 튼 이유…인재 확보 등 맞춤형 지원

두산인프라코어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와 한국을 잇는 중심에 위치해 있고 연안도시로 대형선박이 오택가는 국제항구를 구비한 옌타이시를 중국 거점으로 택했다.

옌타이시 입장에서도 두산인프라코어는 중요한 손님이다. 실제 두산공정기계에서 일하는 임직원은 1200여명인데 이중 한국인은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현지인력이라는 얘기다.

옌타이시는 우수한 인재확보를 지원하고, 금융 환경 개선, 맞춤형 정책 등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외자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두산공정기계 관계자는 “옌타이시가 올해에만 약 1500만~2000만위안의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옌타이시는 우수한 기업 환경 등을 홍보하면서 두산공정기계를 빼놓지 않았다. 박찬혁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장(전무)은 옌타이 한중 산업단지 홍보 영상에 등장해 “옌타이는 지리적 위치, 기후 생활방식이 우리나라와 같은 편안한 생활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토종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면서 두산인프라코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도전과제다.

중국 굴착기 판매량은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정책 등에 힘입어 지난해 18만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2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쟁 격화로 인한 성장 둔화 우려를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통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는 마진율이 높은 중대형 장비 판매 비중을 지난해 35%에서 40%로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은 올해 3분기까지 이미 매출 1조576억원을 달성하며 20여년 동안 쌓아온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공정기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실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실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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