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방화 사건 가해자는 국가...안인득 충분히 돌볼 수 있었다"

정신과 의사 안병은 17일 신간 간담회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 등록 2020-11-20 오전 6:00:00

    수정 2020-11-2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2019년 진주 방화사건의 가해자는 국가다. 사건 발생 전에 안인득을 충분히 돌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신과의사 안병은 씨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이른바 ‘진주 방화사건’에 대해 이 같이 주장했다. ‘진주 방화사건’은 2019년 4월 조현병을 앓던 안인득이 진주시 아파트 자신의 집 4층에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온라인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은 다 병원에 넣어야 된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안씨는 최근 에세이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한길사)을 출간하고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안인득처럼 심각한 환자는 10%에 불과한데 조현병 환자라고 하면 모두 광폭적 살인자를 떠올린다”며 마음아파했다.

안씨는 “정신병원이 누구나 마음이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며 집필 이유를 밝혔다. 책은 한국에서 많이 활용되는 수용 위주의 정신과 치료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실패했는지 밝히고 비판한다. 수용 위주의 치료란 환자를 입원시켜 치료하는 방식이다.

안씨는 현재 한국의 정신병원은 제대로 된 치료를 하기보단 강제로 수용해 트라우마를 겪게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데 제대로 된 치료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휴대전화까지 뺏어가며 고립시킨다. 상황이 이러니 환자들은 정신질환 증상이 있어도 이를 숨긴다. 안씨는 “인정하는 순간 잡혀가는데 누가 병을 밝히겠냐”고 반문했다.

안씨는 정신과 치료에서 탈수용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쇄병동은 심각한 수준의 환자들만 대상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개방 형태로 가자는 것이다. 그는 앞서 정신병원을 없앤 이탈리아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탈리아는 1978년 정신보건개혁법을 제정해 정신병원을 없앴다. 처음에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일으키는 사건·사고의 수가 이전보다 다소 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그 수는 현격히 줄었다. 결국 입원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씨는 이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면서 치료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를 제안했다. 실제 그는 직접 카페, 빨래방, 편의점 등을 설립하고 정신질환자를 고용했다. 문제는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편견과 혐오에 있었다. 안씨는 “2008년 당시 한국에서 카페를 제일 잘 만든다는 사람을 불러서 카페를 꾸미고 직접 로스팅도 했다”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커피를 마셨다”고 했다. 하지만 안씨가 여러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역시나 뭔가 이상했다”며 발길을 끊었다. 사회의 편견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지역의 정신병동센터에는 지속적인 치료를 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어떻게 의사들을 지역으로 끌어들일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왕진 개념이 활성화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안병은 정신과 의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출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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