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기도 있는 집 애들만"…조국 딸 의혹에 불신 더 커진 학종

서울 주요대 수시 비중 43.7%…학종 영향력 절대적
외부논문 기재 금지에도…부모 인맥·재력=학생 스펙
셀프 학생부 써주는 고액 컨설팅업체까지 횡행
  • 등록 2019-08-22 오전 6:17:00

    수정 2019-08-22 오후 2:03:23

21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적선빌딩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조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고교 재학 중 의학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리고 이를 고려대 수시전형에 활용해 부정 입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재는 대입에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외부 논문을 기재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이번 일로 인해 수시 전형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학생의 다양한 비교과 활동, 소위 스펙을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부모 경제력이나 지위, 학교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금수저 전형으로 변질됐다는 생각에서다.

학종 전신 `입학사정관제` 도입되며 논문 등 스펙 과열

조씨는 한영외고 2학년이던 지난 2008년 단국대 의대 A교수가 주관한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약 2주간 이 대학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했다. 같은 해 12월 조씨는 A교수가 대한병리학회에 책임저자로 제출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란 영어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 2010년 조씨는 수시전형으로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합격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실제 2010년 즈음엔 일부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학교수 연구에 참가해 논문을 쓰는 연구체험 인턴프로그램인 R&E(Research & Education)가 유행했다. 교과 성적 외 다양한 활동을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입학사정관제(현재의 학종)가 확대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엔 논문 기재에 대한 제재가 없었기 때문에 논문 이력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 스펙으로 여겨졌다. 학생들은 실제 대입 시 이를 반영한 자기소개서와 연구활동 내역을 제출했다. 조씨가 합격한 고대 세계선도인재전형에도 자기소개서와 비교과를 포함한 생활기록부, 학업외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상장·증명서 등이 심사과정에 포함됐다. 논란이 된 논문도 평가내용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관련 사교육시장이 커지고 일부 교수들이 자기 자녀를 연구에 참여시키는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2014학년도 입시부터 논문 실적에 대한 학생부 기재를 금지했다. 지난해 입시부터는 자기소개서에도 기재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교수 자녀 논문 저자 끼워넣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여년간 대학 56곳 교수 255명이 논문 410건에서 자녀를 포함한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기재한 것으로 드러나 수험생·학부모의 공분을 샀다.

논문 외에도 변형된 형태로 영향…“학종=금수저 전형”

문제는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 외부 논문 기재가 금지됐음에도 부모 경제력이나 지위, 부모의 인적 네트워크, 학교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스펙은 여전히 학종 전형에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종은 내신성적 외에도 다양한 비교과 활동 경험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학종은 2020학년도 대입 전형의 24.5%, 서울 주요 15개 대학으로 한정하면 43.7%를 차지하는 만큼 현재 대입 전형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평가 반영 요소가 학생 노력보다는 부모 도움이나 학교 수준에 따라 달라져 금수저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조씨 또한 연구 지도교수의 부인과 어머니가 같은 한영외고 학부모로 친분이 있었던 만큼 부모·학교 인맥이 논문 제1저자라는 스펙을 만든 기반이 됐다. 한영외고를 졸업한 권모(26)씨는 “한영외고에는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진로체험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며 “일반인이나 서민에 비하면 특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논문 기재는 금지됐지만 얼마든지 변형된 형태로 학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씨가 입학한 환경생태공학부만 봐도 일반 학생이 한강 동·식물 채집 경험을 자기소개서나 학생부에 작성하는 수준이라면 소위 금수저 학생들은 교수 인맥을 활용한 전문지식으로 차별화를 둔다는 것. 학부모 재력에 따라서는 교사가 작성해야 할 학생부를 아예 고액 컨설팅업체에 맡겨 셀프 학생부를 작성하기도 한다.

지방 일반고의 한 부장교사는 “애초 취지와 달리 학종은 금수저들과 이들을 뽑는 대학들만 득이 되는 전형으로 전락했다”며 “자율형사립고·특목고에 비해 학부모 경제력이나 지위가 좋지도 않고 수도권에 비해 다양한 활동·경험을 하지도 못하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 마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고3 임모(17)양도 “연구 참여와 논문 작성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일”이라며 “저런 학생들이 명문대에 입학한다 생각하니 지금껏 내가 해왔던 게 보잘 것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내신 성적이 낮은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이 학종 전형에서 강세인 걸 보면 성적이 아닌 출신 고교나 학생부 차이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종에서 특정 계층 학생들은 인맥을 활용해 비교 불가능할 정도의 스펙 차별화를 얼마든지 둘 수 있다”며 “실제 서울대의 경우 수시 비중이 80%까지 늘어나면서 서울-지방, 강남-강북, 자사고-일반고 간 합격자 차이가 더욱 늘어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각 대학별로 평가 항목과 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학종 비중을 줄이고 수능 비중을 더 높이자는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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