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어려워지니…'조합장 해임' 추진 봇물

안전진단 강화·분양가 상한제 등 정비사업 규제 강화
재건축 전반 책임지는 조합장 불신 커져
"조합장 전문성 강화 필요"
  • 등록 2020-02-17 오전 7:00:53

    수정 2020-02-17 오전 8:36:26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무소불위’ 정비사업 조합장이 수난시대를 맞았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인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는가 하면 분양가 상한제 등이 시행되면서 이를 이유로 조합장을 해임하려는 조합이 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합장이 사업 진행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조합장 책임론’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조합장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건축 규제’ 늘자 조합장 줄줄이 해임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현재 조합장 해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이들은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장 해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공사(대우건설)와의 결별로 사업이 지연돼 분양가 상한제 등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 배경이다. 비대위 측은 “조합장의 판단 실수로 재건축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시공사 결별은 주민들의 결정이었을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과거 조합장 해임은 주로 조합장의 개인 비위가 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업 지연 등이 이유인 경우가 많다. 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심해지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고 정비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도 커진 탓이다.

잠실·미성크로바 단지 조합원들도 현재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이 제시한 설계안이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단지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애초 계획했던 특화설계가 불가능해졌고 도로변 아파트의 층수도 낮아졌다. 한 조합원은 “특화설계도 포기하고 층수도 낮아지면서 재건축 수익성이 좋지 않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발이 커지자 조합 측은 새로운 설계안을 논의 중이다.

상가 측과의 합의에 성공해 지난 13일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받은 개포주공1단지의 조합장도 최근까지 해임론이 거론됐다. 상가 측과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분양가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합의에 따라 조합은 상가 측에 재건축 확정기여금 910억원을 주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아파트. (사진=이데일리DB)
◇정비사업 어려울수록 조합장 전문성 중요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장 해임’의 책임이 근본적으로 조합장의 전문성 결여에서 온다고 지적한다. 조합장은 조합설립부터 시공사 선정, 분양 일정 결정까지 정비 사업 전반을 책임져야 함에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정비사업 진행이 조합장의 전문성 부재로 더 지연되고, 나아가 해임이 반복되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소 1000억원이 넘는 대형 정비사업을 건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조합장들이 맡아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전략·효율성보다는 과거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서도 객관적인 지표로 조합장을 설득하기보다는 ‘편법’으로 접근해 사업을 따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2016년 초대 조합장은 협력업체 선정과정에서 청탁금을 받아 구속된 적이 있다.

서울의 구청 관계자도 “지침대로 진행하는 정비사업 관련 인가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공무원을 협박 하거나 반대로 향응을 시도하려는 조합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스마트로 변호사도 “조합장이 바뀌면 정비업체도 바뀔 정도로 조합장의 ‘파워’는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CEO(전문경영인)형 조합장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의 재건축을 5년만에 마무리한 한형기 조합장은 “건축업계 종사자, 법 전문가, 공무원 등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조합에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는 것도 방법”이라며 “재건축 규제가 강화될수록 조합장의 리더십과 자질이 재건축 성공의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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