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5500억 청년씨앗, 쏠리면 쓰러진다

  • 등록 2017-10-26 오전 6:00:00

    수정 2017-10-26 오전 6:00:00

[김동하 한성대 상상력교양교육원 교수]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자금 5520억 원이 곧 자본시장에 풀린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는 최근 총 1조44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할 벤처캐피털(VC) 48개사를 선정해 발표했다.

올 들어 3차인 이번 모태출자사업에서 눈에 띄는 분야는 단연 청년창업. 지난해 430억, 올해 1,2차에도 650억 원 규모였던 청년 창업분야의 규모가 이번에는 552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청년 창업분야에 선정된 벤처캐피털의 숫자만 21개에 달한다.

5520억 원 중 모태펀드의 출자금은 60%에 해당하는 3300억 원. 다시 말하면 청년 창업지원과육성을 목적으로 세금을 원천으로 한 정책자금 3300억 원이 민간운용사들을 통해 시장에 뿌려진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털업계는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수혜당사자가 돼야 할 청년창업자들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까. 과거 벤처캐피털의 투자행태가 반복된다면 마냥 반 길일 만은 아닌 것 같다.

먼저 투자대상기업의 규모 문제를 보자. 벤처캐피털이 선호하는 투자규모는 건당 10억~30억원 정도로 최소한 3억원이상은 되어야 투자검토에 들어간다. 벤처캐피털은 대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투자를 받으려면 최소 10억원 정도의 기업가치는 평가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청년들이 창업한 젊은 스타트업 들 중 10억원 이상으로 키운 기업들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기존에 투자를 받았거나, 자본력과 영업력이 어느 정도 확보된 기업들에게 5520억원의 청년창업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투자 프로세스의 관행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각각 벤처캐피탈의 투자검토방식, 기간, 결과통보 방식 등은 저마다 다르고,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는다. 투자를 받으려면 거의 모든 기업정보를 다주고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벤처캐피털이 청년 창업가들에게 마치 혜택을 베풀 듯 검증하고 걸러내는 데만 집중한다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청년창업가들이 겪을 숨겨진 고통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자금을 위탁운용하는 벤처캐피털들이 청년창업자들에게 IR을 받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투명하게 IR을 하면서 다가가는 건 어떨까.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건 투자금이 지나치게 특정분야로 쏠리는 현상이다. 한 투자전문미디어에서 스타트업 투자업종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정보통신기술(ICT)분야가 2014년 57%, 2015년 55%, 2016년6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최근 수년간 우아한형제(배달의민족), 직방, 쏘카 등 극히 일부 기업에 다수의 벤처캐피털들이 공동으로 대규모로 투자하는 트렌드는 계속 돼왔다. 이번 출자사업에서 청년창업외에 4차산업혁명 분야가 5285억원이 결성될 예정인데, 이 자금도 ICT분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청년창업 자금이 복지자금도 아닌 만큼, 자본차익만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털의 필수적 투자요건은 ‘성장성’이다. 투자할 기업의 매출그래프는 반드시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우상향 곡선이어야만 한다.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창업했거나, 매출목표가 소박한 청년창업기업은 사실상 정책자금의 투자를 받기 어렵다고 봐야한다.

최근 만난 한 청년창업자는 ‘투자유치를 위해 여러 투자사들과 만나고 있는데, 모두가 같은 트렌드만 쫓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런 성향은 민간자금으로 운용되는 투자사보다 모태펀드가 출자한 펀드들이 더 강한 것 같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아직 시장형성과 성장성이 막연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에 자금이 몰리고, 눈에 보이는 안정적인 사업은 트렌드가 아니면 외면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쏠림현상을 청년창업펀드가 더욱 심화시키지는 않을지, 앞으로의 투자프로세스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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