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아이 보내지 마세요" 최저임금 오르자 보육교사 해고

보육교사 인건비 감당 어렵다고 "아이 보내지 말라" 요청
최저임금 16.4% 오르는데 보육료는 7.2%인상 그쳐 경영난최저임금은 1월, 보육료는 3월 적용 미스매치도 문제
복지부 "추가 예산 국회와 논의중" 인건비 직접 지원은 난색
  • 등록 2017-11-28 오전 6:30:00

    수정 2017-11-28 오후 1:45:11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둔 30대 후반의 맞벌이 직장인 윤성영(가명) 씨는 최근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황당한 요청을 받았다. 아이를 내년부터 해당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는 것이었다.

윤씨는 “아이가 내년에 만 1세반으로 올라가는데 어린이집에서 ‘반 구성이 안 된다’며 우리 집은 할머니와 돌봄이도 있기 때문에 다른 가정보다 사정이 나으니 아이를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크게 오르는 보육교사 인건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어린이집 설명이다. 0세반(2016년생)의 경우 영아 3명 당 1명의 보육교사를 배치하지만 1세반은 영아 5명 당 보육교사 1명씩으로 바뀐다.

윤씨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0세반 영아는 총 6명이다. 두 반을 꾸리면 딱 맞는다. 문제는 이 아이들이 내년에 1세반으로 올라가면 5명이 한반을 구성하고 1명이 남는다는 점이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 A씨는 “1명의 영아를 1명의 보육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얘긴데 내년엔 최저임금까지 크게 올라 보육교사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며 “6명의 아이 중 가정에서 보육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윤씨에게 어려운 부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16.4% 오르는데 보육료는 7.2% 인상 그쳐

이런 문제는 비단 윤씨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고인 16.4%로 결정됐지만 보육료 인상률은 7.2%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인상분보다 9.2%포인트 낮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육교사를 내보내야 할 처지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와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전국어린이집연합회는 최근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육정책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고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육교사 고용 유지를 위해 보육료 인상폭을 최저임금 인상폭 만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간·가정 어린이집들은 정부가 보육교사 인건비를 80%까지 직접 보전해주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달리 한정된 기본보육료 내에서 인건비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민간 어린이집 원장은 “민간·가정 어린이집도 모든 감사나 지도·점검은 국·공립 어린이집과 똑같이 받고 있는데 보육교사 인건비는 국·공립만 지원한다. 보육료를 최저임금 인상분 만큼 올리든지 아니면 직접 인건비를 지원하든지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인상 시기와 보육료 인상분 지급 개시 시점의 미스매치도 문제다. 변경된 최저임금은 매년 1월부터 적용한다. 인상된 보육료는 3월부터 반영한다. 내년의 경우 16.4%가 오른 인건비를 두 달간 무방비로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정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지금도 1~2월 두 달 동안은 원장 월급 지급을 미루거나 외부에서 돈을 빌려와 메우고 있다”며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워낙 커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SK 행복날개 어린이집
복지부 “추가예산 확보”…인건비 지원은 난색

보건복지부도 민영 어린이집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추가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은 기본보육료에서 인건비를 책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최저임금 부분은 보전해 주는 수준으로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며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 확보하려는 추가 예산은 1~2월 분 보육료 인상분까지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공립어린이집과 동일하게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은 보육 정책의 기존 골격을 흔드는 요구여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민간·가정어린이집의 경우 부모들의 이용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의 지원이라 국·공립이나 법인처럼 인건비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프레임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깊이 따져 봐야 할 장기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 보육정책 토론회를 주최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지원 시설의 보육교사들은 최저임금수준의 급여를 받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며 “이들의 임금 실태를 반영한 현실적인 보육 예산 증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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