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범 내려온다'와 '강남스타일'

  • 등록 2020-12-07 오전 6:00:00

    수정 2020-12-07 오후 5:53:03

한국관광 홍보 바이럴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안동편(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국악이 대중화, 더 나아가 세계화까지 이뤄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퓨전 국악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한국 관광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한국관광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한국의 리듬을 느껴보세요)를 통해서다. 누적수치라고는 하지만 지난 7월 말 첫 선을 보인 3편의 시리즈 영상을 비롯해 추가 3편 등 관련 영상들의 조회수는 5억건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K팝 아이돌급 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상들에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내가 ‘스킵’을 누르지 않는 유일한 광고영상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그것을 반복해서 연주한다.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내가 몇 년간 보고 들은 것 중 최고다. 존경스럽다” 등의 찬사가 달려 인기를 대변한다.

이 영상의 인기를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와 결부시키는 이유는 ‘범 내려온다’를 비롯해 사용된 음악들이 국악의 한 장르인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 영상을 계기로 이날치의 음악은 ‘21세기 판소리’, ‘조선의 힙합’ 등의 수식어를 얻었다.

반면 이날치의 음악을 ‘국악’ 또는 ‘판소리’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곡이 아니라 퓨전, 크로스오버 장르이기 때문이다. 실제 ‘범 내려온다’는 북이 아닌 베이스 기타 연주가 바탕에 깔려 시작한다. 영어권의 한 네티즌은 유튜브 영상에 “저 베이스 연주는 중독성이 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영상에서 이날치의 판소리와 어우러진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댄스는 흔히 말하는 ‘B급’이다. 진지한 분위기 속 메시지를 담은 게 아니라 가볍고 재미있다. 댄서들의 복장과 소품은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이날치의 음악에 맞춘 댄서들의 댄스에서 우스꽝스러운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요소가 된다. 자신을 59세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영문으로 “이 춤을 배우고 싶다. 그들은 모두 재미있다”고 댓글을 적었다. 이 영상의 인기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역할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댄스와 이날치의 음악이 결합한 영상으로 인해 해외에서 국악을 ‘B급 문화’로 치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되짚어보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지난 2012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2위에 오르며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당시 상황이 비슷하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노래보다 ‘말춤’으로 불린 싸이의 코믹한 댄스 퍼포먼스가 화제가 되면서 유튜브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고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 때도 싸이의 성과에 대한 찬사가 주류였지만 해외에서 K팝 전체를 ‘B급 문화’로 받아들이면 어떡하느냐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일부 나왔다.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8년 후인 현재 K팝은 글로벌 음악시장의 주류로 부상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핫100과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200에서 모두 1위에 올랐고 블랙핑크, NCT127, 슈퍼M 등 다른 많은 아이돌 그룹들도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싸이의 성과가 아니었다면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같은 주목을 받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을 터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이번 영상은 국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더 큰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는 호기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대신 크로스오버를 통해 국악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든 전통을 더욱 깊이 있게 발전시키든 예술인들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꾸준히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게 먼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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