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군 골프장은 세금으로 지었다

  • 등록 2015-03-27 오전 6:00:00

    수정 2015-03-27 오전 6:00:00

해군이 운영 중인 한 골프장의 모습. [사진=해군]
[이데일리 최선 기자] “버디 잡으면 버디 송(song)을 부르고 춤도 춰라” “엉덩이를 나처럼 흔들어야지”

현역 해군 장성들이 군 골프장에서 여성 캐디를 상대로 발언한 내용이다. 이중 A중장은 상습적으로 캐디를 괴롭혀 온 것으로 조사됐다. A중장 때문에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고 진술한 캐디가 10명이나 됐다. 군 장성들은 계약직 여성들을 괴롭히며 친분을 다지고 건강을 챙겼다.

현재 군이 보유한 골프장 33곳의 총 면적은 15.16㎦으로 여의도 면적(국토부 기준 2.9㎦)의 5.2배가 넘는다. 군은 부대 내 골프장을 설치한 취지에 대해 ‘유사시 신속한 대비를 위해 평소 위수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군인들의 체력단련과 여가활동을 보장하고, 전시에는 군수물자를 보관하고 병력의 숙영시설로 쓰기 위한 차원’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한다. 군은 골프장을 ‘체력단련장’이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이 헬스클럽 정도로 오해하기 쉬운 이름이다.

그러나 골프장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체력단련이 가능할까 싶다. 군 골프장에서는 민간 골프장처럼 캐디, 전동카트를 이용한다. 군인들은 4000~5000원이면 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민간 골프장보다 90% 가량 저렴하다. 당연히 대다수 군인들이 캐디를 대동하고 카트를 타고 골프를 즐긴다. 결국 가만히 서서 스윙만 한다는 얘기다. 체력단련이 될지 의문이다. 제대로 체력을 단련하려면 직접 골프백을 메고, 카트없이 걷는 게 맞다.

군 골프장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군은 이용객 평가, 경력 등을 감안해 ‘진-선-미’로 나누는 캐디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신입 캐디는 20~30대 여성만 지원할 수 있게 제한했다. 군 골프장에서 젊은 여성 캐디들의 보조를 받으며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진급을 앞둔 군인들이 상급자의 눈에 들 수 있는 장소로 골프장을 애용한다는 후문이다. 군 골프장이 체력단련장이 아닌 ‘사교와 로비의 장소’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군 간부들이 캐디를 희롱하며 여가를 즐기고, 인사청탁이나 하라고 혈세로 군 골프장을 지어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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