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형제가 다투는 모습이 거북할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를 통해 사실상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일본 기업이라는 점이 강조된 탓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롯데그룹=일본그룹’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일본 롯데홀딩스이고, 일본 롯데홀딩스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은 소규모 포장재 업체인 광윤사라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다. 한편에서는 ‘무늬만 한국 기업’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게다가 롯데가(家)의 집안 사정이 자세하게 드러난 것도 이같은 인식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롯데그룹을 일으켰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나, 신 회장이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로 창씨개명을 한 점이나 동주·동빈 형제가 한때는 한·일 이중 국적자였다는 점 등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하다.
재계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국적은 한국이나 한국어에는 매우 서툰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인 신동빈 회장 역시 한국어에는 그리 능숙하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
신격호 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동주·동빈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의 외삼촌이 윤봉길 의사의 폭탄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라는 소문이 돌며 롯데에 대한 인식이 더 악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이에 대해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시게미쓰 마모루는 친인척 관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안 그래도 반 롯데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전범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재벌, 그룹 승계 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싸움이 좋게 보일 리가 없다”며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과 연관된 비판이 나오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