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노후 걱정에…일찍 날개 접는 무용수들

45%가 노후 보장 없어 전직 고려
은퇴 이후 지원 제도 '태부족'
  • 등록 2017-10-20 오전 6:00:00

    수정 2017-10-20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와 서울무용제 등 무용축제가 연이어 열리고 있는 가을, 무용수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어진다. 이들 축제는 무용의 저변을 확대하고 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오래 활동한 무용수의 또 다른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딱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은퇴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고의 위치에 오른 지금 충분히 할 만큼 다 했다는 생각에 후회는 없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39)이 은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다음달 ‘오네긴’을 끝으로 남편이자 같은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엄재용(38)과 함께 은퇴한다.

무용수로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지만 황혜민의 표정은 기자회견 내내 덤덤하고 편안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은퇴의 소회를 적은 손편지를 읽던 황혜민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엄재용의 눈시울도 덩달아 붉어졌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은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무용수에게 은퇴는 힘든 결정이다”라고 이들을 위로했다.

누구나 직업에서 은퇴한다. 무용수의 은퇴는 조금 특별하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가장 최근에 발표한 ‘2013 전문무용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은퇴 예상 시기에 대한 질문에 ‘40대’라는 응답이 20.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 후반’이라는 응답도 15.5%에 달했다.

무용수들이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심하는 것은 신체적인 이유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조사에 따르면 직업 전환 의향이 있는 무용수 중 절반에 가까운 44.9%가 ‘노후에 대한 보장이 없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정작 은퇴 이후에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안무가·재활 트레이너·강사 등 무용과 관련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국내 대표 발레단 수석무용수의 은퇴 소식으로 무용계 안팎의 관심을 모은 황혜민·엄재용 부부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무용수는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쓸쓸히 은퇴한다. 이들을 위해 전문무용수지원센터를 비롯한 지원 단체와 제도가 존재하지만 무용수의 현실을 반영하기엔 부족함이 크다.

가을을 물들이고 있는 무용 축제의 이면에는 이러한 무용수의 현실이 있다. 한 무용계 관계자는 “많은 무용수가 은퇴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은 40~50대가 넘어서도 꾸준한 관리를 통해 무용수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무용 외적인 이유로 무용을 포기하는 이들의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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