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위기의 한국차, 中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 등록 2018-11-19 오전 6:00:00

    수정 2018-11-19 오전 6:00:00

[충칭(중국)=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늦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기아차가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 관계자가 이같이 답했다.

중국 경제에서 소비를 이끄는 바링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자), 주링허우(1990년대 이후 출생자)는 첨단 기능과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인에게 일본차와 한국차는 같은 수준이었지만, 일본 브랜드는 이런 부문을 빨리 캐치해서 받아들였고, 한국 브랜드는 뒤늦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인이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현지 노점상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모바일 간편 결제인 위챗페이로 물건을 사고, 지나가던 거지도 QR코드를 들이밀며 구걸한다.

중국 고객은 한국 고객과 비교해 까다롭지는 않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이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탑재한 차량에 관심을 보인다.

최근 중국 자동차업계 2위인 둥펑자동차 계열 둥펑소콘(DFSK)이 출시한 SUV ix5에는 운전자의 음성을 인식하는 신기술을 탑재했다. “춥다”라고 말하면 선루프가 닫히고, “담배를 피우고 싶다”라고 하면 선루프가 자동으로 열린다. 또 한국노래 중 인기 있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ix5는 150여개 문장을 인식할 수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 트렌드도 변했다.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늘자 SUV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해졌다. SUV보다 세단 비중이 높은 현대차가 중국에서 판매량이 반 토막 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현지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자동차 내·외관을 계속해서 바꿔 ‘새로운 차’로 고객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1년만 지나도 구형차가 되어버리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 브랜드의 글로벌 모델도 중요하지만, 타깃 시장만을 위한 현지형 전략 차종의 개발에도 힘써야 하는 이유다.

또 전문가들은 주우허우(1995년~1999년 사이 출생자)까지 소비세대가 늘어나면서 중국 청년층을 사로잡지 못하면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 자동차는 판매량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감소 추세가 이어졌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현대·기아차 2018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젊은 중국 개발자가 선보인 아이디어를 통해 중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었다. 현대차 중국 전략형 SUV ix35 범퍼 그릴이 ‘트랜스 포머’처럼 형형색색 립스틱을 바른 듯한 모습으로 변신한 것. 중국 변검을 응용한 아이디어로 취향에 따라 자동차의 얼굴격인 그릴이 즉각적으로 변해 다양화를 추구하는 중국 소비자 욕구를 만족할만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도 중국시장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던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승진한 이후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사업본부 고위급 임원진을 대거 교체해 중국 사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앞서 중국상품담당도 신설해 중국 특화 상품 전략 수립과 제품 경쟁력 확보에 힘쓰기로 했다. 내년 1분기에 출시할 신형 싼타페 ‘4세대 셩다’에는 세계 최초로 도어 개폐 및 시동이 모두 가능한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새 조직으로, 신기술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의 성향을 꿰뚫는 전략으로,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탈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계 최초로 도어 개폐 및 시동이 모두 가능한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을 적용한 신형 싼타페 ‘4세대 셩다’(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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