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집사, 카페·약국·우체국 종횡무진…"쓰레기 처리는 공짜예요"

생활밀착형 심부름 O2O 서비스 '김집사'의 집사 돼보니
전기 자전거 타고 하루 평균 20~30건 처리
핵심 인력 '집사'는 정규직 채용…입소문 타고 100억원 투자
  • 등록 2019-11-01 오전 6:30:00

    수정 2019-11-01 오전 8:30:44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본지 이성웅 기자(녹색 점퍼)가 생활밀착형 심부름 서비스 ‘김집사’ 체험을 하고 있다. 위례신도시에는 총 9명의 김집사가 있다. (사진=이성웅 기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어? 김집사다.”

한 초등학생이 하굣길에 검은 자전거에 안전모를 쓴 기자를 보고 반갑다는 듯 외친다. 이곳,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김집사는 스타트업 ‘달리자’에서 지난해 선보인 생활밀착형 심부름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다. ‘모든 심부름을 20분 이내에, 2000원부터’ 해결해준다.

건당 2000원…자전거 타고 신도시 누비는 집사들

지난 29일 김집사 서비스 지역 중 가장 이용객이 많은 위례신도시를 찾아 일일 김집사 체험을 해봤다. 김집사는 서비스 지역을 하나의 밴드(권역)로 묶어 관리한다. 밴드별로 집사 2~4명이 배정돼 고객 요청 사항을 전담하는 방식이다.

위례 밴드 안에는 28개 아파트 단지에 총 4만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위례는 권역이 커 다른 지역보다 2~3배 많은 집사 9명이 배정됐다.
O2O 심부름 앱 ‘김집사’를 통해 요청할 수 있는 심부름의 종류들. (사진=김집사 앱 캡처)
처음엔 단순 음식 배달이나 쓰레기 버리기 정도의 심부름을 예상했다. 물론 음식 배달이 전체 심부름의 70% 정도로 많긴 하지만 세탁물 관련, 약국·슈퍼 장보기, 우체국이나 택배 관련 서비스 등 대분류만도 14개에 달했다.

1시간가량 교육을 받고 사무실을 나서 자전거를 배정받았다. 집사들은 모두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이 역시 주민들이 김집사를 선호하는 이유다. 아이들이 많은 단지 내에서 오토바이보다 덜 위험하면서도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노란 리본 마크가 새겨진 안전모를 쓰고 비표까지 목에 걸자 출동 준비가 끝났다. 다만 단시간에 인근 지리를 파악할 수 없어 팀장 격인 남현민 밴드

장이 동행했다.

첫 심부름은 간단한 커피 배달이었다. 이미 신도시 곳곳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남 밴드장이 선두에 섰다.

심부름을 접수한 집사는 정확한 서비스를 위해 고객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실시간 소통한다.

만약 슈퍼에서 조미료를 사다달라는 요청을 한다면, 고객은 집사가 조미료를 구매할 슈퍼까지 지정할 수 있다. 인근 음식점, 카페, 편의점, 편의시설 등이 모두 앱에 저장돼 있다. 슈퍼에 간 집사는 조미료를 고를 때에도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재차 확인한 뒤 정확한 물품을 배달한다.

커피 배달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고객이 지정한 카페에 도착해 커피를 주문, 집사들에게 지급되는 법인카드로 커피 값을 선 결제하고 영수증을 받아 이를 사진으로 찍어 고객에게 전송한 뒤 요금 결제를 요청했다.

커피값 외에 서비스 요금은 단돈 2000원. 웬만한 심부름은 모두 2000원이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가구 옮기기 같은 심부름도 8000원이면 된다.

각 집사들은 앱을 통해 고객의 요청사항을 전달받고 진행사항을 보고하며 실시간으로 소통한다.(사진=이성웅 기자)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결제 여부를 확인한 뒤 집사용 앱에서 ‘완료’ 버튼을 누르면 심부름 한건이 끝난다.

위례 밴드에서만 하루 평균 처리 건수가 200건에 달한다. 주말에는 접수량이 더 많아진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하면서 집사 한 사람이 평균 20건 이상 처리하는 셈이다. 남 밴드장은 한 사람의 하루 최고 기록이 45건이라고 귀띔했다.

다음 심부름은 떡볶이 배달. 고객이 집에 없어 문 앞에 놔두고 가달라고 요청한 건이다. 이번엔 기자가 직접 고객과 앱으로 소통까지 시도해봤다.

떡볶이 집에 들어서자 사장이 반갑게 집사를 맞아줬다. 음식점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도 김집사는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집사는 음식점 등으로부터 별도의 배달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점주들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김집사 측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10% 정도의 매출 상승효과를 얻었다.

직접 결제를 하고 요청대로 문 앞에 놓은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다시 고객에게 확인받았다. 그렇게 또 한 건을 끝냈다.

종량제 쓰레기 처리 무료…비결은 ‘연봉 3000만원’ 정규직 집사

다음 요청은 음식 배달에 쓰레기 처리가 포함된 건이었다. 김집사는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 처리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별도의 심부름 요청이 없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사소하지만 직접 하자면 내가 해도 귀찮은, 이런 일을 대가도 받지 않고 해준다고? 비결은 김집사의 고용 형태에 있었다. 일반 심부름 대행업체들과 달리 김집사의 집사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건당 수수료가 아닌 연봉으로 임금을 받는다. 소비자와 최접점에 있는 집사들이 사업의 핵심이라는 판단에 달리자는 집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초봉을 3000만원으로 책정했다.

‘김집사’는 유료 서비스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종량제 쓰레기 버리기 서비스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요청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본지 이성웅 기자.(사진=이성웅 기자)
남 밴드장은 “한번은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에 처한 엄마 고객이 장난감을 사서 미술학원에 있는 아이에게 배달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었다”며 “다행히 장난감 매장과 미술학원이 모두 관할 권역에 있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그때 기뻐하던 아이의 표정과 고마워하던 엄마가 잊히지 않는다. 마치 산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떨 때에는 고객 분들이 고마운 마음에 커피나 케이크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집사는 출범 초기 서울 송파와 강남 일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러한 장점이 지역 ‘맘카페(온라인 육아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며 최근에는 신도시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서울과 경기 남부 등 23개 밴드에 집사 65명이 활동 중이다. 달리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김집사의 서비스 지역을 지속적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김집사를 성공적으로 ‘라스트마일(고객 최접점)’ 시장에 선보인 달리자는 연세대 96학번 동기인 최우석 대표와 이동진 전략기획본부 이사 2명으로 시작했다. 현재 전체 직원이 90명까지 늘었다. 최근엔 시리즈A 70억원 투자유치에도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누적 투자액도 100억원에 달한다.

박태규 달리자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최근엔 당일에 낳은 계란 등 신선식품 배달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당분간은 심부름 서비스에 집중한 뒤 추후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구조를 다양화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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