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총이 양극화 주범? 새정부 소통· 인식차에 ‘한숨’

  • 등록 2017-05-29 오전 6:00:00

    수정 2017-05-29 오전 6:00:00

김영배 경총 부회장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새 정부 일자리 정책을 비판한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익명을 전제로는 경총이 ‘할 말은 했다’는 평가와 함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부와의 시각차를 크게 우려했다.

경총 이외의 경제단체는 물론 주요 그룹은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 이후 공식적인 입장이나 반응을 내놓을 것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저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무슨 입장을 밝힐 수 있냐”는 하소연만 할 뿐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대부분 경총이 언급한 내용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지난 25일 경총포럼에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게 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양한 인력 운용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정규직·비정규직을) ‘좋다’ ‘나쁘다’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갈등만 부추기고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과보호도 한 원인”이라며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하는 아웃소싱을 우리만 문제 삼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 발표 이후 대부분 기업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협력업체와 아웃소싱 업체의 직원들에게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를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 부회장 말처럼 간호조무사, 집배원, 급식 보조원 등 사회 각계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가 빗발쳤고 기업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 한다면 결국 아웃소싱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웃소싱을 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다 정규직으로 끌어안으면 결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져 경쟁력이 낮아진다”며 “수출 기업의 경우 결국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공장을 해외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 소속 업체의 정규직”이라며 “결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가 큰 것이 정규직 전환 요구가 빗발치는 원인”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 역시 노동시장의 최대 문제는 임금격차 심화라며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경총을 순식간에 양극화의 주범으로 만들어 버렸다.

경총은 경영계를 대표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 의무가 있는 단체다. 설사 경총의 비판이 경영계쪽의 주장만을 담았다고 할 지라도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소통’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라면 말이다.

경총은 또한 대기업도 회원사로 두고 있지만 숫자로는 회원사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민간에 모두 적용시킨다면 타격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크기 때문에 할 말은 해야 할 상황이다. 중소기업을 약극화의 주범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정부는 경총의 비판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딴지걸기’쯤으로 치부해버린 듯 하다. 경영계 관계자는 “경총은 근거를 들어서 획일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한 반면 정부는 경총에게 무조건적으로 ‘양극화 주범’ ‘반성하라’라고 입막음을 했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 경영계도 노동계도 모두 당사자인만큼 비정규직의 기준, 전환 방법 등에 대해서 많은 협의가 필요한데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협의를 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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