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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증을 받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 70대 노인 두 분이 “늦어서 미안타”며 대문 앞을 나섰다. 동작구 흑석동에서 왔다는 김모(76)씨는 “차 타고 20분 거리인데 인제야 찾아 왔다. 그때를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눈가를 훔쳤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사용 중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1987년 아픈 역사 간직한 남영동 대공분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1월 14일 고(故) 박종철 열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물고문으로 숨을 거둔 곳이다. 약 2530㎡ 대지에 7층짜리 본관과 2층 부속 건물, 별관·테니스코트 등으로 이뤄졌다. 1976년 준공 당시 5층 건물에서 1983년 2개 층을 증축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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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만난 송병준(26)씨는 조사실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송씨는 “아버지가 당시에 전경으로 근무 하셔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태어나기 전 우리나라에 일어난 가슴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4층 기념 전시실에서 만난 이양연(57)씨는 방명록에 글귀를 적고 있었다. 이씨는 26살이던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시작해 고(故) 이한열 열사로 이어진 6월 항쟁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는 “이한열 열사 노제(路祭) 때 참석했었다”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다. 너무 늦게 찾아온거 같다는 생각에 미안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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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뜸하던 이곳은 최근 개봉한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 경찰청 인권센터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하루 평균 10명에서 평일 60~70명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주말에는 100명을 넘어서는 관람객이 이 곳을 찾았다. 경찰청 인권센터 관계자는 “지난 6일에 하룻새 147명이 찾았다. 이전과는 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관람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달 2일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을 설립하자는 내용을 담은 청원 운동을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서 시작했다.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남영동 대공분실이 경찰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제한하기에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판단에 2005년부터 관련 활동에 나섰지만 아직 제자리걸음 중이다”며 “청원 운동을 시작으로 박종철 열사를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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