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역풍]뛰는 규제에 나는 집값…“지금이라도 사자”

규제 없는 지역 찾는 ‘풍선효과’ 넘어
서울·분당·세종에 투자 몰리는 ‘빨대효과’도
“웬만한 지역 규제지역인데…차라리 확실한 곳 투자”
“추가 대책 불가피…그래도 오를 수 밖에”
  • 등록 2020-07-02 오전 6:01:12

    수정 2020-07-02 오전 8:05:44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전용 144㎡)는 하루 만에 매매 2건이 성사됐다. 각각 22억이 넘는 가격으로 일주일 전보다 약 3억원이 오른 가격에 매매가 성사됐다. 바로 옆 동네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6월 23일)으로 묶이면서 생긴 ‘풍선효과’다.

6·17 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 뒤인 지난달 25일. 세종 대평동 해들마을4단지 아파트는 직전 거래가(지난해 12월)보다 2억원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첫 거래로, 6·17 대책으로 청주·대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기존 투기과열지구였던 세종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대전과 세종이 똑같이 규제받는다면 차라리 세종에 투자하겠다는 심리다.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 중심부의 똘똘한 아파트를 마련하는 ‘빨대효과’다.

21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혼란의 장’이다. 규제를 피한 틈새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에 이어 어차피 똑같은 규제를 받을 바에는 큰 도시에 집을 사려는 ‘빨대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무주택자, 서민들의 반발을 산 6·17 대책의 부작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치동 누르니 도곡동으로, 재건축 누르니 재개발로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강남구 도곡동 도곡레슬(115㎡) 아파트도 신고가를 기록했다. 31억원으로 3주 전 최고가인 27억 9000만원보다 3억 1000만원 뛴 가격이다. 도곡동의 몸값이 뛴 배경 역시 6·17 대책 때문이다. 이번 대책으로 대치·삼성·청담·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면서, 인근 지역인 도곡·압구정동 아파트의 호가는 최대 3억원이 뛴 상황이다.

풍선효과는 서울 밖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김포 아파트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인천·경기 대부분 지역이 지정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김포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구래동 한강신도시3차푸르지오(전용 60㎡) 아파트는 지난 29일 신고가를 기록, 3억 5000만원에 매매됐다.

은마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제공)


심지어 정부의 규제 이후 이제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재개발 사업도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재건축 관련 규제로 인한 반사효과다. 6·17대책으로 내년부터 재건축 아파트에 최소 2년은 살아야지만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안전진단도 더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은 실거주 의무 기간도 없을 뿐더러 초과이익환수제에도 제외된다.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용산구 한남동 3구역의 매물은 지난달 모두 소진됐다.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는 사업장으로, 대지면적 23㎡ 기준 시세는 10억원이다. 올해 초와 비교해 2억원 가량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개발사업은 보통 그 동네를 잘 아는 실수요자 위주로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엔 지방에서도 매수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매물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대기 수요까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분당·세종이 뜨는 이유?…“어차피 다 규제지역이니까”

심지어 6·17 대책 이후 빨대 효과까지 나타나면서 대도시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대부분 지역과 인천·청주·대전 등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서울·세종·분당 지역으로 매수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어차피 다 같은 규제지역이라면, 투자가치가 확실한 중심 지역에 집을 사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먼저 세종시 아파트는 6·17 대책 이후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고운동 가락마을21단지(전용84㎡)는 지난달 27일 5억원에 팔렸는데, 직전 최고가대비 4500만원이나 뛴 가격이다.

세종시 K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종이 3년 전에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대전이랑 청주가 풍선효과로 수혜를 봤지만, 이제는 청주·대전의 메리트가 사라졌다”며 “같은 조건이라면 세종에 투자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4주 매매가 변동률은 세종시가 1.55%로, 경기 김포시 1.8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또 분당과 서울로도 수요가 몰리면서 신고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4단지아파트(전용59㎡)는 지난달 23일 신고가 6억 17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보다 7700만원이나 높은 매매가다. 마포구 망원동 성원1차 아파트도 지난 24일 7억 4500만원에 거래, 이전 매매가보다 1억 8500만원 비싸게 팔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풍선효과와 빨대효과는 이미 예견된 부작용이었다”며 “각 지역 집값이 연일 오르자 매수자들은 ‘지금이라도 집을 사자’며 매수대열에 합류하고 있고, 정부 통제시스템이 안먹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부가 또 다른 대책을 내놓을 명분이 되는 동시에 정책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 지를 재확인한 결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