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본질을 망각한 채 증권시장이 돈벌이에만 골몰하게 되면 자본주의의 꽃은 곧바로 괴물이 된다.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이야기한 바 있듯 자본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와 오물을 뒤집어쓰고 태어나는 괴물로 돌변하는 것은 종이 한 장, 한순간의 생각 차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울음바다다. 아직 피지도 못한 앳된 생명들이 두려움과 배고픔, 추위를 견디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아픔을 함께하지 못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어서 빨리 아이들이 구조되기를 바라는 것뿐일 것이다. 살아남아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미안한 하루를 온 국민이 보내고 있다.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에도 소방용 제품 생산업체가, 2007년 태안반도가 온통 기름띠로 뒤덮인 참사에도 환경처리업체들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만들려는 뒤틀어진 군상들. 증권시장은 돈을 벌기 위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더운 피와 뛰는 심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면서까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쳐다보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2000포인트를 뚫고 오르기보다 실종자 전원이 생존자 숫자로 바뀌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