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밖에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이관섭 산업통상부 1차관 등 새로 선임된 차관 대다수가 행정고시를 거쳐 관문에 들어선 이후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정통 관료 출신들이다.
유일한 예외가 고용노동부다. 고영선 신임 고용부 차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재정·거시 금융 분야 전문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부 차관을 지낸 정통 노동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한 인사로 해석된다.
이번 장·차관 인사 면면을 보면 1기 내각의 문제점을 보강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1기 내각은 교수 및 연구원 출신들이 대거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경험과 자신감, 정무적 판단 부족으로 청와대 눈치만 살피다 실기(失期)하거나 말실수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가 잦았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추진력 있고 아이디어 넘치는 정치인 장관들이 정책의 방향을 잡고, 전문성을 갖춘 관료 차관들이 실무를 보좌하면 추진력과 집행력, 전문성을 두루 갖춘 최적의 조합이 된다. 반면 관료 차관은 정치인 장관의 ‘무지함’에 고개를 돌리고, 정치인 장관은 차관의 ‘융통성 없음’에 분개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 문제와 관련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을 질책했다. 차관의 역할이 아쉬운 대목이다.
차관은 전문직이자 정무직이다. 부처 내 행정과 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과 함께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 방향을 고민하는 정무적 판단도 함께 내려야 하는 자리다.
차관은 공직의 정점이자 공무원이 정상적인 승진 과정을 밟아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자리다. 우리나라에 차관(급)은 총 96명. 전체 공무원 수가 100만명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만명 당 한 명꼴이다. 그 중 부처의 장을 보좌하는 차관은 24명뿐이다. 이 24명의 차관이 장관을 어떻게 보좌하느냐에 따라 장관의 성패 또한 갈린다. 실패한 차관 위에 성공한 장관이 있을 수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