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차관의 자격

  • 등록 2014-07-29 오전 8:33:12

    수정 2014-07-29 오전 11:28:18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신임 차관에 전문 관료들을 대거 임명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보좌는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과 방문규 2차관이 맡았다. 최 부총리(22회)의 행시 4년 후배인 주 차관은 옛 재정경제부·세계은행·청와대 등을 두루 거친 팔방미인이다. 방 차관은 기재부 내에서 손꼽히는 예산통이다.

이밖에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이관섭 산업통상부 1차관 등 새로 선임된 차관 대다수가 행정고시를 거쳐 관문에 들어선 이후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정통 관료 출신들이다.

유일한 예외가 고용노동부다. 고영선 신임 고용부 차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재정·거시 금융 분야 전문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부 차관을 지낸 정통 노동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한 인사로 해석된다.

이번 장·차관 인사 면면을 보면 1기 내각의 문제점을 보강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1기 내각은 교수 및 연구원 출신들이 대거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경험과 자신감, 정무적 판단 부족으로 청와대 눈치만 살피다 실기(失期)하거나 말실수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가 잦았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2기 내각에선 정치인 출신 장관의 비중과 역할이 커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내정자,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새로 얼굴을 내밀었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청와대 등 외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과 여론 동향에 민감해 정무적 판단력이 탁월하다는 게 강점이다. 반면 정책 수립과 집행에 대한 경험이 적고,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관료들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2기 내각에서 ‘정치인 장관+관료 차관’ 조합이 만들어진 이유다.

추진력 있고 아이디어 넘치는 정치인 장관들이 정책의 방향을 잡고, 전문성을 갖춘 관료 차관들이 실무를 보좌하면 추진력과 집행력, 전문성을 두루 갖춘 최적의 조합이 된다. 반면 관료 차관은 정치인 장관의 ‘무지함’에 고개를 돌리고, 정치인 장관은 차관의 ‘융통성 없음’에 분개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 문제와 관련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을 질책했다. 차관의 역할이 아쉬운 대목이다.

차관은 전문직이자 정무직이다. 부처 내 행정과 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과 함께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 방향을 고민하는 정무적 판단도 함께 내려야 하는 자리다.

정부조직법 7조는 ‘차관은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차관은 부처를 총괄하는 ‘안방마님’이자 영원한 장관 후보 1순위다. 권한과 책임이 막중할 수 밖에 없다.

차관은 공직의 정점이자 공무원이 정상적인 승진 과정을 밟아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자리다. 우리나라에 차관(급)은 총 96명. 전체 공무원 수가 100만명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만명 당 한 명꼴이다. 그 중 부처의 장을 보좌하는 차관은 24명뿐이다. 이 24명의 차관이 장관을 어떻게 보좌하느냐에 따라 장관의 성패 또한 갈린다. 실패한 차관 위에 성공한 장관이 있을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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