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 4000억달러를 돌파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여 만에 100배 이상 늘어나면서 외화 안전망이 더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4일 내놓은 외환보유액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전월 말 대비 13억2000만달러 증가해 4003억달러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4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화자금이다.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금융기관 등 우리나라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외화를 빌리지 못할 때 비상금 기능을 한다. 외환보유액이 늘었다는 것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나아졌다는 의미다.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을 비롯해 예치금, 금, 특별인출권(SDR), IMF포지션 등이 포함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경상흑자와 외국인 투자자금 등을 바탕으로 지난 2001년 9월 1000억달러를, 2005년 2월에는 2000억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이후 2008년 3월 2642억달러까지 늘었던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2005억달러까지 감소하기도 했으나 곧 상승세를 회복했다. 2011년 4월 3000억달러를 넘어섰고, 그 뒤 7년만에 다시 4000억달러를 돌파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중국(3조1106억달러), 일본(1조2545억달러)을 비롯해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러시아, 홍콩, 인도에 이어 우리나라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외환보유액은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크게 안정됐다”며 “우리 경제 대외신인도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의식적으로 외환보유액을 축적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도 무사히 넘겼다”고 말했다.
자산별로는 유가증권 부문(3679억1000만달러)이 전월말 대비 15억6000만달러 늘었다. 다만 지난달 예치금(224억2000만달러)과 SDR(32억6000만달러)은 각각 5억달러, 8000만달러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