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특기병 교육학교 수료생들은 갓 입대한 이등병들이다. 배부른 밥 한끼가 아쉬운 때다. 수차례 민원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군 당국과 관련 업체가 이들이 먹는 도시락 품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 26일자 본지 보도 (‘국·생수도 없어…싸구려 도시락에 목메는 신병들’) 이후 무신경한 군 당국과 도시락 공급 업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친 때문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장거리 이동 신병들이 먹는 도시락 관련 실태를 파악해서 장병들에게 양질의 도시락이 제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는 코레일관광개발도 보도 당일 입장자료를 내고 “빠른 시일 내로 유관기관 협의를 통해 군 장병 대상 도시락 만족도 조사와 메뉴 설문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물티슈 및 생수를 제공하는 등 보다 개선된 양질의 도시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취재 당시만 해도 ‘우리 소관 사안이 아니다’, ‘해당 부대가 알아서 할 일이다’, ‘품질 개선은 인력이 없어서 어렵다’고 책임을 서로 팔밀이 하던 곳들이다.
기사를 보고 남긴 누군가의 댓글처럼 ‘군에서 이등병이 그정도면 잘 먹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헌법이 부여한 국방의 의무를 다히기 위해 청춘을 희생하는 청년들에게 국가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특기병 학교 도시락 사건처럼 관행과 인력 부족을 핑계로 외면한 사소한 일들이 모여 군대를 될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군대 왔나. 자괴감이 든다”던 한 이등병의 냉소섞인 한숨소리에 군당국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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