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년미만 근로자 퇴직금 지급, 더 미룰 수 없다

김성일 KG제로인 연금연구소장
  • 등록 2017-11-29 오전 6:10:00

    수정 2017-11-29 오전 6:10:00

김성일 KG제로인 연금연구소장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 근로자 수는 약 2000만명이다. 이중 공무원과 준공무원, 직업군인이 약 200만명이니 퇴직급여(퇴직금)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는 대략 1800만명이다. 퇴직급여란 계속적 근로관계 종료를 사유로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전급부다. 다만 1년 미만 근로자와 4주간을 평균해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볼 건 1년 미만 근속자를 예외로 하는 조항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다. 근로기간 1년 미만이라 해도 퇴직급여 지급사유 중 계속적 근로관계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들이 받은 금전급부가 임금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 퇴직급여는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의무화돼 있는 법적 강제사항이다. 30인 이상 사업체에 1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는 1년에 30일분의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당시 1년 이상 근무시에만 임금을 더 받게 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보다 안정적인 근로인력 관리가 가능하고 근로자도 섣부른 직장 이동보다 1년을 채우고자 하는 의지가 더 생길테니 말이다. 2009년 헌법재판소도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관리인으로 근무한 성모씨가 “1년 미만인 근로자를 퇴직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헌법상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을 기각하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1년 미만 근로자에게까지 퇴직급여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면 사용자 부담이 너무 과중해진다는 것.

그러나 현재 직장문화는 많이 달라졌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수시로 직장을 이동하는 현실에서 1년 이상이란 단서조항은 사용자에게만 유리한 조건일 뿐이다. 오히려 퇴직급여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1년 미만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등 편법이 난무하는 게 현실이다. 당시 헌재 판결대로 입법 재량이라고 본 이상 법(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을 개정해 1년 미만 근속자들 예외조항을 삭제 또는 완화해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쪽으로 개정하면 된다. 사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 같은 분위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국회에도 관련법 개정안이 2개나 상정돼 있다.

근퇴법은 생태적인 특성상 복잡한 이해관계자 사이에 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를 지닌 참여자들이 너무 많아 의견통합이 어렵고 난해한 까닭이다. 그동안 참여자들의 환경변화에 따라 수시로 개정하면서 진화해 온 것도 이 같은 이러한 성격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의 중요 의제 중 핵심은 1년 미만 근속자 퇴직급여 지급이다. 이는 1961년 이래 개인·사회·국가적으로 당연시 돼 왔던 1년 미만 근로자 지급 예외에 대한 청산이다. 57년만의 부당성에 대한 혁파요, 낙후된 사회적 규범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나아가 지금 이뤄지는 여러 사회보장장치 개혁 중 가장 파급효과가 크고 시의 적절한 우리 민생에 대한 직접적 자금지원 방안이다.

현재 여야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퇴법 새 개정안에 공감하면서도 몇 개월 근로자부터 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개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개월부터, 더불어민주당은 3개월 이상 근로자부터 퇴직급여를 받게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모적 논쟁으로 처리가 지연된다면 결국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생기게 마련이고 관련 시장 활성화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욕심을 부리기 보다 57년간 쌓여온 1년 미만 근속자 퇴직급여 지급 예외 조항을 먼저 걷어내는 게 중요하다. 기간의 문제는 향후 합법적으로 발전시켜도 늦지는 않다. 공자는 선(善)이라는 것은 막지위(莫之違)라고 했다. 선한 말이라면 거역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1년 미만자에 대한 퇴직급여 확대 시행은 현재 모든 구성원에게 시급한 막지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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