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기존 은퇴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고 있다. 온라인으로 마케팅하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고객과 소통한다. 기존 프랜차이즈 창업의 한계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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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은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상위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창업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과거 주류였던 50대 은퇴 세대보다 요즘은 40대가 더 많다. 20~30대 비중도 적지 않다.
이렇듯 젊은 사장님이 늘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매출 기준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엔비는 지난달 22일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 가맹점 교육과 연구·개발(R&D) 등을 하는 ‘정구관’을 건립했다. 연면적 3719㎡(약 1125평)에 4층 규모인 정구관에는 전에 없던 시설 하나가 생겼다. 키즈존이다.
30대 가맹점주와 창업 희망자들이 늘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교촌 관계자는 “신규 가맹점주 중에서 20~30대 점주 수가 최근 3년 사이 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정구관 옆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콘도급 시설 ‘교촌빌’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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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億) 단위 창업비용이 드는 치킨 프랜차이즈와 달리 예비 창업자 사이에서는 30대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외식 창업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배민아카데미’에 따르면 20~30대 수강생 비중은 57%(2019년 1월 기준)다. 이중 30대가 37%, 20대가 20%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은퇴자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외식 창업 시장에 젊은 세대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기 매장을 갖는 것을 커리어의 시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주방·배달전용매장…진입장벽 낮아져
외식업계에서는 창업 연령이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 비관적인 경기 전망을 꼽는다. 취업문이 막힌 20대, 질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30대가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경력이 없는 20대와 은퇴 직전의 세대가 창업시장으로 몰린다”면서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연령대”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올 1분기 회사 법인이 창출한 임금 일자리는 10만3000개로 작년 1분기(17만8000개)보다 42.1% 감소했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는 20~30대 숫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집계 지난 8월 기준 20~29세 1년 내 취·창업 의사가 있는 인원수는 10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86만5000명) 대비 25.3% 증가했다. 30~39세 취·창업 의사가 있는 사람 수도 54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48만1000명) 대비 12.9%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나 홀로 창업에 나서는 20~30대가 늘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월 기준 청년 1인 창업자 수는 59만366명(20~30대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2월(54만4012명)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이런 창업 붐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때 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대던 2009년에도 젊은 층의 창업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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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의 외식업 창업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카페나 디저트류처럼 비교적 요리하기 쉬운 업종으로 창업자가 몰린다는 사실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노동 강도가 약한 쪽으로 젊은 층이 몰리는 상황은 어디나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