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불혹’을 ‘유혹’하라...유통家에 뜨는 ‘젊줌마·젊저씨’

롯데월드몰, ‘프레디족’ 겨냥 전문관 개설
신세계百, 컨템포러리 브랜드에 4050女 몰려
이마트, 편집숍에 40대 남성 겨냥 아이템 선봬
“소비의 주체 된 중년, 잠재된 욕구 표출”
  • 등록 2017-08-24 오전 6:00:01

    수정 2017-08-24 오전 6:00:01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이용훈(43) 씨의 취미는 레고 수집이다. 4년 전 7살 조카의 레고를 조립해주다가 레고의 매력에 빠졌다. 그 뒤부터 이씨는 한 달에 한두 번은 레고를 산다. 그렇게 모인 레고만 어느덧 50여 점. 값으로 환산하면 600만원은 족히 넘는다. 이씨는 미혼에 대기업 과장이다. 취미를 누릴 여력이 충분하다.

이씨는 “주말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있는 키덜트(어린이와 같은 취미를 지닌 어른) 전문관을 찾는다”며 “평일에 일에 치여 사는 건 젊은 시절과 같다. 그래도 40대 들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30대보다 나아지다보니 취미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음만 이팔청춘? 아니, 쇼핑도 젊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컨템포러리 전문관 (사진=신세계)
젊은 2030세대(20~30대)에 집중하던 유통업계가 4050세대(40~50대) 소비자를 주목하고 있다. 젊은 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재력과 시간을 지닌 중년층 소비자들이 다양한 유통채널을 활용해 ‘자신만을 위한 아이템’ 구매에 나서면서, 이들을 겨냥한 각양각색 프로모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롯데월드몰은 ‘프레디족’(Friend+Daddy·친구 같은 아빠)의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한 장난감 전시관을 개장했다. 지하 1층에 서울 1호점으로 들어선 ‘레고스토어’에서는 브릭 열쇠고리에 글자를 기입해주는 각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쇼핑몰을 찾은 아빠부터 수집을 위해 매장을 방문한 회사원까지 중년남성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는 매장관계자 설명이다.

롯데월드몰 2층에 있는 피규어 복합문화공간 ‘익스몬스터’. 스타워즈 투구를 직접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이 ‘어른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롯데월드몰)
2층 피규어 복합문화공간인 ‘익스몬스터’에는 마블, DC 캐릭터 등 300여 점의 피규어가 있다. 젊은 층에게도 인기가 좋지만, 쇼핑으로 쌓인 피로를 풀어줄 안마의자와 다과대를 설치해 40대 고객의 쉼터로도 각광받고 있다.

롯데월드몰 관계자는 “추억과 동심을 어루만지는 매장을 도입해 어른들이 취미생활과 쇼핑을 ‘원스톱’으로 해결하게끔 했다”며 “현재 20~30대뿐 아니라 40~50대 중년층 고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4일까지 나이 든 패션을 지양하는 일명 ‘젊줌마’(젊은 아줌마)를 겨냥한 컨템포러리 할인 행사를 연다. 컨템포러리란 사전적으로 ‘동시대의’, ‘현대의’라는 의미로, 패션업계에서는 기존 명품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 사이의 브랜드를 아우르는 용어다.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 건 DKNY, 비비안웨스트우드, 알렉산더왕, 마크제이콥스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컨템포러리의 주 타깃은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직장인 여성이다. 다만 최근 들어 세련된 의류를 찾는 40~50대 장년층이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몰려들면서, 관련 매출도 늘고 있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연도벌 컨템포러리 매출신장률은 △2015년 14.8% △2016년 19.7% △2017년 상반기(1~6월) 21.1%로 같은 기간 패션 전 부문 매출신장률(-1.3%~3%)을 크게 앞질렀다.

쇼핑채널多...‘어른의 시장’ 더 커진다

스타필드 고양에 있는 ‘하우디’ 매장 안 모습. 피규어부터 각종 남성전용 ‘장난감’이 매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박성의 기자)
이마트는 24일 오픈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에 남성을 타깃으로 한 편집숍 ‘하우디(howdy.)’를 연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면 가격과 상관없이 지갑을 여는 40대 남성을 핵심 고객군으로 설정했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실제 하우디에는 젊은 남성이 선호하는 시계, 운동화 등 패션 상품 뿐 아니라 빈티지 스타일의 전화기, 독특한 모양의 도마와 와인용품 등 나잇대를 넘나드는 상품이 들어선다.

전문가들은 과거 ‘마이너 소비자’ 취급을 받던 4050세대가 가까운 미래에는 ‘메이저 소비자’로 부상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과거에 비해 쇼핑채널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여유와 욕구를 동시에 갖춘 중년층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경매 플래폼 ‘WESAME’의 자문위원장인 권동현 경기대 애니메이션영상학과 교수는 “기업이 중년을 마케팅 타깃으로 점찍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게 아니라, 젊은 시절 이후 잠재돼 있던 어른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 산업화시기에 비해 문화생활을 주체적으로 즐길 경제적 여력이 충분해진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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