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람의 생각과 온기를 담는 그릇

집을 위한 인문학
노은주·임형남|284쪽|인물과사상사
  • 등록 2019-12-11 오전 5:04:00

    수정 2019-12-11 오전 5:04: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사회에서 집은 ‘삶의 터전’이 아닌 ‘재테크의 수단’쯤으로 여긴다. 많은 이들이 살기 좋은 집보다 가격이 오를 만한 집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란 노래 ‘즐거운 나의 집’의 가사 같은 집은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여기 “집은 특정한 기억이나 정서를 뛰어넘는 한 개인의 우주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대학 건축학과 동문으로 만나 1999년부터 건축사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전국 곳곳에 각양각색의 집을 지어온 건축가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그동안 만났던, 좋아하는,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었다. 집이 여전히 ‘삶의 터전’임을 전한다.

‘가족·사람·자연·이야기’라는 네 가지 테마로 엮은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그중 하나가 경북 포항에서 만난 신혼부부의 집이다. 이들은 아버지가 쓰던 창고를 고쳐서 집을 지었다. 약 200㎡(60평) 중 3분의 1을 복층으로 만들어 1층은 주방과 식당, 거실로 꾸미고 2층은 가족실과 욕실, 침실로 구성했다. 주변에서는 창고를 고칠 돈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느냐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집주인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게 우리한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들에게 중요한 건 집을 의미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경남 하동의 십리벚꽃길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집 ‘적이재’는 집이 어떻게 사람을 품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기 과천 문원동의 ‘프라즈나의 집’은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을 고스란히 안고 있어 집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강원 철원에서 만난 필리핀인 부인이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을 통해 넓은 마당을 가진 집을 갖게 되기까지의 사연은 가슴 뭉클함을 전한다.

저자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집이란 방의 크기나 가구의 배치 등 물리적인 요소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되새기게 된다. 중요한 것은 집 구석구석에 배어든 사는 사람의 생각과 온기다. 인간이 집에서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란 점에서 집은 곧 인문학이다. “나를 품어주었던 집, 내가 자라났던 집은 그후 내 속에 있고 나와 더불어 세월의 지평선으로 사라진다”는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의 말처럼 집은 우리의 삶 그 자체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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