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펀홈’의 한 장면. 벡델 가의 세 남매 크리스찬, 앨리슨, 존이 관 위에 올라가 노래를 부른다. 마이클 잭슨이 어린 시절 활동했던 그룹 잭슨 파이브를 연상케 하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세 아역배우의 열연에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다.
그러나 흥겨움도 잠시, 노래가 끝나는 순간 장례식장에서 노래하고 춤추던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다. ‘펀홈’은 이 낯설고 어색한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다. 제목은 ‘재미있는 집(fun home)’이면서 동시에 ‘장례식장(funeral home)’을 뜻하는 말이다. 재미와 죽음처럼 서로 공존하기 힘든 낯선 것들이 때때로 우리의 삶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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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지닌 테소리, 작가 리사 크론이 레즈비언 작가 앨리슨 벡델이 자신의 회고록으로 발표한 동명 그래픽 노블을 무대화했다. 벡델은 창작물에서 여성의 비중을 평가하는 일종의 성 평등 테스트인 ‘벡델 테스트’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차미’ 등으로 섬세한 무대를 선보여온 연출가 박소영이 국내 초연의 연출을 맡았다.
흥겨운 노래와 춤도 있지만 작품은 볼거리보다 인물의 감정에 더 집중한다. 43세 앨리슨 벡델(방진의·최유하 분)이 화자로 직접 등장해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브루스 벡델(최재웅·성두섭 분)을 회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브루스 벡델은 펜실베이니아 작은 시골 마을에서 가업인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영문학 교사로 일하는 인물. 화목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결혼한 ‘클로짓 게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가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미국적인 가족의 서사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람한다면 보다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은 10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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