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26.플라스틱 폐기물 카오스

  • 등록 2018-01-25 오전 6:30:00

    수정 2018-01-25 오전 6:30:00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최근 영국의 대형 소매유통업체 가운데 하나인 아이스란드(Iceland)가 2023년까지 모든 자사 브랜드 상품의 플라스틱 포장을 종이 등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의 포장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중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거부로 영국 전역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기업 차원의 대책이죠.

얼마 전 중국은 올해부터 24개 고형 폐기물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음료 페트병 등 플라스틱 병. 플라스틱 음식 용기, 폐지 등이 포함됩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그동안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등을 적극적으로 수입해 재활용 해왔죠.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이 외국으로 수입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730만톤으로 그해 글로벌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절반에 달합니다.

영국은 지난 20년 동안 중국에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를 의존해 왔습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영국 쓰레기 처리 기업들이 중국과 홍콩에 수출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영국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량의 3분의 2에 달하는 270만톤에 이릅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선진국들이 더럽고 해로운 물질 등이 붙어 있는 폐기물을 제대로 분류하지도 않고 팔아왔다며 종종 불만을 제기해오다가 이번에 24개 품목에 대해 완전히 수입을 거부했죠.

영국 정부는 우선 중국 대신 플라스틱 폐기물을 받아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등이 거론되고 있고요. 그런데 영원히 다른 국가가 자국의 쓰레기를 처리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결국은 영국이 자국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책임져야한다는 것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재활용 시설을 늘리고, 재활용 효율성을 높이고, 관련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요.

그런데 결국 이런 방안을 추진하려면 비용이 듭니다. 이 때문에 중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등의 수입 거부는 결국 영국 국민들의 세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재활용 시설과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전까지는 매립과 소각에 의존하면서 환경오염이 일시적이더라도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중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거부를 기회 삼아 이참에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플라스틱을 덜 쓰는 사회구조로 변화를 꾀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도 국민들이 수퍼마켓에서 주는 플라스틱 봉지보다는 장바구니 이용 등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전체적으로 줄이는데 동참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업들에게는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 포장을 하거나 사용하는 플라스틱 종류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고요.

또한 지역구마다 재활용 지침 등이 제각각인데 통일적인 기준을 적용해 영국 내 재활용을 더욱더 효율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물론 영국 내에서 단시간 내 플라스틱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없습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병이나 용기 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것들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트병 음료 회사들, 패스트푸드 음식점 등이 사용량을 줄이거나 환경에 친화적이고 재활용이 쉬운 용기들로 바꿔 사용해야합니다. 그런데 매출 하락으로 연결되거나 대규모 비용이 드는 이같은 조치를 업체들이 선뜻 나서서 할 리가 없죠.

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한해 25억개의 일회용 커피컵이 사용되고 있지만 약 400개 일회용컵 가운데 1개 정도만이 재활용 된다고 합니다. 방수가 되는 컵 안쪽 플라스틱 코팅부분과 겉면 종이를 분리하는 것이 어려운데다 이같은 분리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영국에 단 3곳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새해 들어 영국의 커피 체인 프레타망제는 뜨거운 음료 주문 시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대신 자신이 들고 온 컵을 사용하면 음료값을 50펜스(약 750원)을 깎아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작년에 자신의 컵을 사용하면 25펜스를 깎아주다가 올해부터 더 많은 고객들이 환경을 보호하는데 동참하도록 할인가격을 높였죠. 또한 이 회사는 매장 내에 재활용할 수 있는 커피컵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영국 정부는 커피숍 등에서 소비자가 일회용 컵을 이용하면 25펜스를 부과하는 ‘Latte levy’(라떼 부담금) 도입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패널티를 부과하면 손해를 보는 것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이 일회용컵 대신 본인의 컵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죠. 이처럼 쓰레기를 줄이는데 영국 국민과 기업, 정부가 조금씩이라도 동참하기 시작한다면 중국의 폐기물 수입 거부에 일정 기간 혼란은 겪더라도 결국 플라스틱 이용을 줄이고 폐기물 배출을 줄여나가는 사회구조로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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