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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신규 SOC 예산 줄줄이 편성
10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 512조2505억원은 정부가 낸 원안(513조4580억원)보다 1조2075억원 줄어든 규모다. 하지만 SOC 예산은 23조2000억원으로, 국회 심사를 거치면서 오히려 9000억원(17.6%) 늘었다. 정부안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보다 12.9% 증가한 데 이어 국회 밀실에서 덩치가 또 한번 커진 셈이다.
정부와 국회에서 SOC 예산을 편성·증액하면서 내건 명목은 ‘안전’과 ‘지역균형 발전’이다. 정부가 올해 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15개 등을 담아 발표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시행을 뒷받침하고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 노후화를 막는 데에 예산을 쏟겠단 설명이다.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사업인 도로 건설을 위한 예산도 상당수 국회에서 새로 만들어졌다. 신규 사업이 정부안에선 10개(788억원)였지만 국회를 거친 후엔 25개(951억원)으로 집계됐다. △안산~북수원고속도로건설(10억원) △서창~안산고속도로건설(10억원) △이천 동이천IC 국도건설(10억원) △임실~장수 국도건설(10억원) △완주 화산~운주 국도 건설(10억원) △공주 봉정~방문국대도건설(10억원) △영동~용산2국도건설(5억원) 등이다.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등 서민 주거 위한 예산은 ‘싹뚝’
SOC 예산이 대폭 늘어난 데엔 우선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한몫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반기 들어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SOC사업을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지만 꼭 필요한 생활형 SOC사업은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SOC 예산을 ‘선심성 낭비 예산’으로 터부시했던 만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꿨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여당이 ‘생활형’이란 수식어로 SOC 예산을 포장해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성장률도 바닥인 상황에서 지역경기 살리기 위해 예산을 쏟아붓겠다고 하는 게 차라리 솔직하다”고 일침을 놨다.
국회는 지역 SOC 예산을 늘리면서도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사업 예산은 대폭 깎았다.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의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예산을 내년에 1조8000억원 늘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2450억원 감액됐다. 다가구매입임대를 위한 융자 예산 240억원, 공공임대 융자 180억원, 임대주택리츠 출자 120억원, 자율주택정비사업 300억원, 도시재생지원 융자 100억원 등이 칼질을 당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임대주택리츠출자·주택구입 및 전세자금융자·다가구매입임대융자·도시재생지원 융자·자율주택정비사업 등은 수요 확대 등 추가지출 소요 발생 시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고 예산안에 면피성 부대의견을 달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