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한권 교수 "미·중사이 끼인 韓, 싱가포르와 일본 배워야"

②[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인터뷰
"명확한 입장 확립이 미·중간 선택을 뜻하는 건 아냐"
"미·중 갈등의 본질 꿰뚫는 세밀한 분석 필요"
  • 등록 2019-12-13 오전 6:05:00

    수정 2019-12-13 오전 6:05:00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인터뷰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미중 갈등 속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것은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그동안 선택한 생존전략은 ‘전략적 모호성’이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외교센터 책임교수는 이같은 전략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싱가포르와 일본의 대응 전략을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 문제를 회피하고 덮어버릴 수 있지만 미중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면서 더 큰 국익 손실과 함께 양대국으로 더 큰 압박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현안별로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맹들 사이에서 합의된 가치에 입안해서 현안별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이것이 미중간의 무조건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 국면 속에서 잘 대응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싱가포르와 일본을 들었다. 김 교수는 “싱가포르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자, 이번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싱가포르 총통이 연설을 통해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오픈 앤 프리(open and free)’ , 자유롭고 개방된 전략이 역내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분열시키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 국익과 가치관에 기반을 둔 명확한 입장 표명이면서도 이러한 원칙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 국가를 선택한 것도 아니었지만 미중 모두를 만족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해 한국은 단순한 경제 정책으로 보고, ‘제3국 공동진출’이라는 표현을 써서 일대일로 정책에 올라탄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대일로 정책은 경제 전략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군사안보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국가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이 일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비판·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던 일본이 ‘제3국에서의 민간 경제 협력’을 발표했다. 일대일로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제3국에서 중국의 인프라가 조성되면 민간 경제 협력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군사안보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에서만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한 것이다. 미중 누구와도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정부의 판단은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얻지 못한 채 한미간 오해만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차관·원조로 투자하고, 투자금액 회수를 위해 자국의 건설업체와 노동자들을 모두 동원했다”며 “중국은 한국과 이익을 나눠 가질 생각이 없고, 제3국 입장에서도 한국의 참여를 특별히 반길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세밀하고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군사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싱가포르는 명확한 원칙이 결코 미중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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