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 '후폭풍']학원가 느긋.."광고 규제에도 소문 듣고 몰려와"

방과 후 수업 없어지자 학생들은 학원으로 몰려
"풍선효과로 학원생 늘 것" 학원 오히려 기대감
  • 등록 2014-10-02 오전 8:17:39

    수정 2014-10-02 오전 8:50:37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선행학습 광고요? 학원은 입소문이에요. 엄마들 사이에서 잘 가르친다는 소문만 나면 광고 한번 없이도 학생들이 몰리는데 뭐하러 광고를 하겠어요.”(목동 B수학학원 관계자)

선행학습 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20일이 지났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는 금지됐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을 잇는다. 오히려 학원가에선 학내 선행학습 금지로 인한 ‘풍선효과’로 학원생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2단지와 5단지 사이, 파리공원 옆에 자리한 목동 학원가는 강남구 대치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적인 사교육 시장이다. 상가건물 입주업체 10곳 중 9곳이 학원이다.

지난달 29일 찾은 목동 일대에는 선행학습과 관련된 광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가끔 보이는 광고는 제때 철거하지 못한 해묵은 것들 뿐이다.

“수학 고교과정 중1이면 끝~”

선행학습은 나이와 학년은 의미가 없다. 학습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눠 진행한다. 초등학생이 고등학생과 같은 반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무학년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한 수학학원 관계자는 “중학교 1학년생인데 이미 고등학교 과정까지 다 끝낸 학생도 많다. 심지어 초등학생 중에도 전 과정을 끝낸 학생이 있다”며 “중학교 한 학기 과정 정도는 3개월에 마칠 수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을 받은 친구들은 또래보다 진도가 한참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학원 측은 학생이 수업을 따라갈 능력만 된다면 얼마든지 진도를 빠르게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학생들도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학원 가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다. 선행학습 금지법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

목동 양정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심재영(17)군은 “3학년 때 EBS 교재에 수록된 실전형 문제를 풀려면 지금부터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사교육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중 3학년인 허석(16)군은 “한 반이 36명인데 4명 정도 빼고 모두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다”며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선행학습을 하고 학원도 따로 다녔는데 이제 학교에서는 더이상 수업이 없어 학원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원가 “풍선효과로 학원생 늘 것”

학원가는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에도 느긋한 표정이다. 몇몇 대형 학원을 제외하면 어차피 대부분의 학원이 입소문에 의존하기 때문에 광고 금지로 인한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학교 내 선행학습 금지로 학원생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영어학원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김민철(가명·48)씨는 “아직 눈에 띄게 학원생이 늘지는 않았다”면서도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처럼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결국 학원으로 오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학부모 김명숙(가명·40)씨는 “이 지역 학원은 신문에 끼워 넣는 전단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광고를 안한다”며 “엄마들이 소문을 듣고 학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목동 6단지에 거주한다는 한 고등학생은 “지금 다니는 학원도 주변 얘기를 듣고 어머니가 추천했다”고 말했다.

오후 10시께. 목동 학원가 주변을 가득 메웠던 자전거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반면 한적했던 도로는 갑자기 부산스러워졌다. 학원 수업이 끝난 자녀를 데리러 온 부모들 때문이다. 목동 학원가에서 선행학습 금지법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선행학습법 금지가 시행된지 보름이 훨씬 지났지만 사교육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목동아파트 2단지와 5단지 사이에 형성된 학원가의 모습. (사진 = 조용석 기자)
목동 학원가 주위에는 방과 후가 되면 학생들이 타고 온 자전거로 가득찬다. (사진 = 조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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