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역시 삼성증권 사고는 공매도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판단이지만, 우리 시장에 무차입 공매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혹을 품게 한 단서가 됐다. 증권사가 정상적인 발행 절차 없이도 전산상 주식 입력 버튼만 누르면 주식 수십억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당국의 “무차입 공매도는 법으로 금지돼 있으며 시스템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실제 지난 2012년 한국거래소가 무차입 공매도 금지 규정을 위반한 외국인 위탁자 7명을 적발한 사례가 있다. 이들은 6개월간 A주식 약 25만주(53억원)의 주식을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 매도했다. 주식은 결제일에 위탁자들을 대신해 증권회사가 차입해 우선 결제하고, 이후 외국인 위탁자들이 매수해 증권회사에 상환했다. 증권사와 불법 공매도 세력이 짜고 친 고스톱이었던 셈이다.
현재 국내 증권거래 시스템상 증권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금융실명제법상 주주 현황 및 주주별 주식 보유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한 증권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공매도 거래에서도 주식 차입 여부나 업틱룰(공매도할 경우 시장가격 밑으로는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한 규정)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주체가 증권사다. 증권사는 위탁자의 주식 차입 여부를 확인한 후 차입 주식 수만큼 위탁자 계좌에 임의로 주식을 입력해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속이려고 맘먹으면 외부에서는 적발할 수 없는(물론 증권사의 묵인하에 무차입 공매도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 사실이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제일 전에 주식을 확보해 결제해야 한다) 구조다. 거래소가 이번 삼성증권의 유령주식을 걸러내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증권사가 정상 주식, 일반 주식 거래로 승인한 만큼 거래소에선 정상 거래로 처리한 것.
결국 증권사가 고의로든 실수로든 주식을 빌려준 주체가 없는데 계좌에 주식을 만들고 그걸 시장에 파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존재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감독당국이 할 일이다. 이번 사태를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의 문제로만 축소하려 한다든가 무차입 공매도는 불가하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회피하려 한다면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에 더해 자칫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