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우의 닥치Go]“입에 착착 달라붙네”…황교익과 떡볶이 먹어보니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인터뷰
“맛없지만 자꾸 먹게 되니 ‘불량식품’”
‘맛없다’ 강조하며 황교익式 철학 역설
“비평가 일이자 소신, 욕먹어도 좋다”
  • 등록 2018-12-29 오전 9:00:00

    수정 2018-12-29 오전 11:37:00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떡볶이 한 그릇 뚝딱! “엇, 벌써 다 비우셨는데요?”

‘황교익’은 떡볶이가 “맛없다”라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정말 맛이 없어서 그러는 걸까. 아무리 개인 취향이라지만 유명인이니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예상했을 터인데….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떡볶이를 조리하고 있다.(사진=강신우 기자)
그래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황교익’으로 줄여 씀)와 함께 떡볶이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아 갔다. 떡과 야채, 소시지 등 다양한 재료와 소스를 선택해 냄비에 넣고 부글부글 끓여 먹는 떡볶이 가게. 이곳에서 황교익은 떡볶이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 “맛없다”라고 했다. 이유는? “(먹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게 해서.”

도대체, 사실 무슨 말을 내가 듣고 있는 것인지 바로 옆에서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해봤다. 분명히 다른 의미가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하트’ 모양 떡볶이를 먹고 있다.(사진=강신우 기자)
먼저 황교익은 맛 칼럼니스트다. 본인을 ‘글쟁이’로 소개한다. 비평가다. 따라서 ‘맛없다’라는 표현은 단순 정말 맛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맛(음식 따위를 혀에 댈 때 느끼는 감각), 맛 비평가로서의 감각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래서 그가 덧붙이는 말이나 글에는 항상 ‘재료’ ‘원산지’ ‘저당’ ‘저염’이라는 단어가 따라나온다. 소스나 떡의 원산지가 불분명하고 맵고 달기만 한 식품에 어떻게 ‘감히’ 맛이라는 격(格)을 넣어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그는 “맛이 없다(無)”라고 한 것이리라….

이렇게 황교익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을 위로하고 나니 한결 그가 돋보였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사진=강신우 기자)
여기에 황교익 개인의 정치적 감정이 가미됐다. 웃음기가 사라진 그는 떡볶이가 맛있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국내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한 이른바 MB의 떡볶이 사기극.

황교익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김대중·노무현 시절 ‘햇볕정책’의 좌절 → 거세진 비난 여론 → 대북 쌀 지원 차단한 이명박 정부 → 곳간 관리 비용 증가 → 쌀 가공식품 증대를 위한 떡볶이 세계화 획책 → 떡볶이는 맛있다는 정부 홍보로 세뇌된 국민 → 맛있는 떡볶이 탄생.

떡볶이 한 그릇을 두고 이렇게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순간 놀랍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떡볶이 메뉴판을 보고 있다.(사진=강신우 기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황교익은 말할 수 있다. 여론 재판만이 그를 질책할 뿐이고 무게는 본인이 지는 것이다. 그는 비평가의 일을 했을 뿐이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황교익은 자신의 말과 글로 각자 맛에 대한 감각을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됐다고 했다. 욕먹어도 괜찮다고 했다.

[영상자막]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에게 물었다.

-어떤 떡 좋아하나.

△아무거나 먹어. 주는 대로 먹는다.

-소시지는 왜 안 넣나.

△떡볶이…. 넣을까? (웃음)

-떡볶이 왜 맛없다고 했나.

△(어떤 이들은) 떡볶이를 먹으면서 이렇게들 생각할 거야 아마. 맛있는데, 황교익 지는 뭐라고 이걸 맛 없다고 그래. ‘맛있지 않아? 아니 이거 맛있는 건가?’ 라고 하면서 자신의 (맛에 대한) 감각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되돌아 보게 된다. 그것으로 됐다. 욕 먹어도 괜찮다.

-맛 평가 부탁한다.

△달콤 매콤하다. 떡볶이를 내가 맛없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잘 먹으면서 뭘 맛없다고 그래. 멈출 수가 없다. 떡볶이는 한 번 입에 댔다 하면 계속해서 들어간다. 멈출 수 없게 하니까 맛없는 것이다. 너무 입에 착착 붙는 것이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불량 식품들, 쫄쫄이·아폴로 이런 것들 멈춰지나. 멈추지 못하는 것은 불량 식품이다. 떡볶이도 그렇다. 왜? 달다. 맵다. 달콤 매콤한 맛이 지속되면 엔도르핀이 터진다. 단맛과 매콤한 조합의 떡볶이를 먹으면 멈추지 못한다. 그래서 맛이 없다.

-‘떡볶이는 맛이 없다’, 좀 더 깊은 뜻이 있나.

△어릴 때부터 떡볶이를 먹어 왔기 때문에 맛있다고 생각한다.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떡볶이를 맛있다고 확정적으로 머릿속에 새기게 된 것이 이명박 정부 때다. 이명박 정부가 떡볶이 세계화를 기치에 내 걸고 대대적으로 정책 사업을 했다. 그때 외국에 나가서 외국인들과 떡볶이 먹으면서 최고예요 하는 영상물을 찍어 와서 국내에 방영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외국 사람들도 맛있게 먹는데 정말 떡볶이는 맛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떡볶이 세계화 1년 만에 프랜차이즈가 2배가 늘어난다. 떡볶이 세계화를 선언했는데 외국에는 떡볶이가 없고 국내에만 떡볶이 가게가 2배가 늘어났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이명박 정부가 원했던 것이다. 떡볶이는 세계인들 입맛에 적용시키기에는 문제가 있는 음식이다. 너무 맵고 달고 진득한 식감 이런 것은 별로 안 좋아한다. 음식 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러면 왜 MB는 떡볶이 세계화 정책을 편 것인가.

△국내에 팔려고. 국내 떡볶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사기를 친 것이다. 왜 떡볶이 시장을 넓혀야 했나. 쌀이 남아돌아서 그렇다. 자급자족도 됐고 의무 수입하는 쌀도 많았다. 이걸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때는 북한에 줬다. 퍼준다고들 하지만 우리도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창고 관리비용 부담을 덜고 주면 받아오는 것들도 있고. 이명박 정부 때는 북한에 쌀 퍼주기 싫다고 했다. 창고에 쌓인 쌀을 처분해야 하는데 쌀 가공품을 만들자고 한 것이다. 떡볶이의 쌀은 원료가 쌀이 국산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식당에서 쌀에 대한 원산지 표시 이것이 밥 누룽지는 해야 되는데 떡볶이는 원산지 표시 안 해도 된다.

떡볶이 쌀이 수입쌀이라는 것을 모르고 다 먹는다. 수입쌀 소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창고에 쌓인 수입 쌀을 비우기 위해서 서민 음식에 세계화할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입혀서 국민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난다.

-결국 ‘떡볶이는 맛없다’라는 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아니다. 물론 그 의미도 있는데, 실제로 맛이 없다. 멈추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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