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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를 이상향으로 삼고 박수를 보내는 이도 있다. 바른미래당 탈당 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프랑스 대사관을 찾았다. 자신이 한국의 ‘마크롱’, 신당은 한국의 ‘앙마르슈’(전진)가 될 것이란 정치적 선전 포고다.
과연 프랑스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마크롱의 개혁노선에 대해 정작 프랑스인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프랑스인’ 오헬리엉 루베르를 지난달 28일 서울 상수의 한 카페에서 만나 그의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에 대해서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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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헬리엉 루베르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개혁에 대한 반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설 연휴를 맞아 고향에 다녀왔다는 그는 “아직 시차 적응이 끝나지 않았다”며 웃었다. 그만큼 현재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밀접하게 느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말 직종·직능별로 42가지에 달하는 국민연금 체제를 2025년까지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체제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저출산·고령화를 대비해 국가의 부담을 줄이고 복잡한 연금 체제를 단순화해 직업 간 이동가능성을 높인다는 명목이었다. 프랑스 전역에서 파업의 깃발이 올랐다.
오헬리엉은 파업의 참여하는 이들의 동기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 교사들은 보통의 직장인보다 월급이 훨씬 적은 대신 은퇴할 때는 많은 보상을 받고 이 직업을 선택한 이들이 많다”며 “국가가 한 약속이 달라졌으니 불만을 느낀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고된 일을 하는 대신 퇴직도 빨라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프랑스 사회의 합의였다. 변호사, 의사 등은 이번 개편으로 자신들의 연금을 위한 잉여자금이 타 연금의 적자를 메워주는데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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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견해를 가진 오헬리엉 역시 “해고는 더 쉬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경직적이고 방만한 프랑스 공직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도 적지 않다. 다만 여기에는 실업자나 구직자를 확실히 뒷받침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프랑스인에 안정감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는 “이번 연금 개편이 투자은행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이 금융업계의 로비를 받아 사적연금을 육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이조차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격렬한 반발 속에서 ‘잘 나가던’ 프랑스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전년대비 0.1% 하락하며 ‘역성장’했다. 결국 지난해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1.2%에 그치며 마크롱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1.7%는 물론, 유럽위원회가 예상한 1.4% 성장률에도 못 미쳤다. 마크롱의 개혁이 성공을 거둘지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프랑스 북부 도시 릴(Lille) 출신으로 한국에 정착한지는 10여년 됐다. 일본·중국에서 공부했다. 육군사관학교,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했고 지금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객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JTBC)에 패널로 출연해 프랑스 정치·문화를 소개했다.. 최근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틈새책방)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