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드]평소엔 '황제경영' 비판 vs 어려울 땐 '사재출연' 강요

한진해운 사태로 총수책임론 찬반여론 불붙어
대통령 "대주주 무책임" .. 대한항공, 한진해운에 600억 지원
정부·여론 사재출연 압박.. "주주유한책임 근간 흔들어"
롯데오너가, 순환출자로 지배.. 경영권 분쟁·비리 의혹 물의
  • 등록 2016-09-27 오전 6:00:00

    수정 2016-09-27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빚어진 물류대란에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는 실로 무게감이 달랐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구노력이 부족했다. 도덕적 해이, 대주주 무책임, 묵인하지 않을 것”이란 말까지 했다.

그동안 법과 원칙에 어긋난다며 버티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통령의 질타에 대한항공 긴급 이사회를 열어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예정에도 없던 긴급 이사회는 우리나라 최고 통치권자의 무게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정부와 채권단, 여론은 재벌총수에게 책임을 지고 사재출연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평소에는 쥐꼬리 지분율로 경영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을 뒤로한 채 말이다. 한진해운(117930) 사례처럼 법정관리로 더 이상 경영권이 없는 회사에 대해서도 총수가 도의적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한다는 이율배반적 요구가 과연 타당한 지 찬반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환경은 ‘주주 유한책임’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재계서열 5위의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계열사 지분율이 0.05%에 불과하다. 친족을 모두 포함한다고 해도 2.41%에 머무르고 있다. 신 총괄회장 일가는 적은 지분율에도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80개 계열사, 10만명 직원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한다.

한진해운이 채권단과 자율협약(법정관리)를 맺어 경영권을 잃은 조양호 회장은 물론 2014년 계열분리로 책임에서 벗어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도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사재출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한진해운 사례를 보면 재벌총수와 경영진은 부실경영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은 현실이다.

반면 정부와 채권단이 법적 근거가 없는 ‘주주의 무한책임’을 강요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영에 실패하면 대주주가 사재를 털어서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것과 상황이 맞물려 총수일가는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주총회 소집, 대표이사 선임, 사업계획 수립, 투자 등 중요 경영사안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상법상 책임과 함께 연봉도 공개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회사법은 주주가 자신이 투자한 자금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갖게 하는 주주의 유한책임을 인정한다”면서 “대주주에게 책임을 지라며 사재를 출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회사법상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회사 부도 이후 대규모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낸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있고, 최근 법원으로부터 개인파산까지 선고받았다.

총수 지분없어도 책임경영 나서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그룹 전체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차지하는 총수와 일가족의 등기임원 비율은 2013년 6.2%에서 올해 8월 말 5.0%로 낮아졌고, 계열사 등기임원 숫자도 같은기간 360명에서 올해 8월 말 274명으로 23.6%(86명) 감소했다.

삼성 총수일가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맡기로 결정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2년만에 SK㈜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등도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배임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이 남아 있어 한화 계열사 등기이사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룹 총수가 등기임원이 아니고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지배주주로서 책임경영에 나서는 사례도 많다.

삼성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말 자본잠식 해소를 위한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유상증자에서 실권주 인수계획을 밝혀 흥행을 이끌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서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책임경영 차원에서 올해 3월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300억원(지분 1.54%) 규모로 매입했다.

조선업 장기불황에 따른 경영정상화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둔 삼성중공업(010140)에 대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오너 일가가 직접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지배주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주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주요 그룹들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계열사 합병이나 주식매각으로 출자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에게 부실징후가 생기면 그 계열사만을 분리해 처리함으로써 그룹 전체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작년 10건이던 순환 출자고리가 올해 7건으로 줄었고, 현대차그룹도 같은 기간 6건에서 4건으로 감소했다. 롯데그룹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작년 416건이던 순환고리가 올해 67건으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소유경영체제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상 총수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 장점을 살리면서 황제경영의 부작용을 견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안세연 서울대경영연구소 박사는 “지배 대주주가 참여하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이사회 기능 확보와 체계적 내부 경영자 양성, 주관적 평가지표가 반영되는 경영자 보상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비즈인사이드]사재 300억 턴 현정은 회장, 현대상선 '법정관리行' 피해
☞[단독] 2틀 연속 급등! 상한가 종목! 조회공시요구? 그에 따른 관련 수혜 종목은?
☞100%! 200%! 300%! 거짓이 아니다!! 직접 수익률 체험하기!! 오늘 바로 접수!!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 '내려오세요!'
  • 행복한 강인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