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 최대폭 증가…'부채의 질' 악화

8·2 대책 후 '풍선 효과'
신용대출 전달比 3배 늘어난 3조
생계형 대출↑…금리리스크 우려
하반기 분양 늘어 대출 확대 전망
  • 등록 2017-09-13 오전 6:00:00

    수정 2017-09-13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소현 김정남 기자]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반 토막 났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대출시장에도 그대로 불어닥친 것이다. 동시에 규제에 막힌 주담대 수요가 신용대출로 고스란히 옮겨간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일단 전체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지만 하반기 분양물량이 늘어 집단대출이 확대될 수 있고, 신용대출 급증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용대출이 늘면서 가계부채의 질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주담대 8월 3.1조 증가…전년比 반토막

12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8조8000억원 늘었다. 작년 같은 달 14조3000억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증가세에는 어느정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 통계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상호금융, 저축은행, 카드사, 새마을금고의 대출액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이 3조1000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6조1000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15년 8월 당시에도 주담대 증가폭은 6조원에 달했다. 주담대 추이는 이사철 등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같은 달 증감 규모를 비교해야 비교적 정확한 대출 추세를 가늠할 수 있다. 전달과 비교해도 증가폭은 1조7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이처럼 주담대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정부의 8·2 대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에서 주택을 살 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40%로 제한하는 등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크게 줄여놨기 때문이다.

또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가 본격 시작되면서 중도금 대출 상환이 이뤄진 것도 주담대 속도 조절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8월 전국 입주물량은 4만2000건으로 7월 3만8000건에 비해 늘었다. 이 때문에 집단대출은 1조1000억원 늘어 전월 증가폭(2조4000억원)의 절반에 그쳤다.

6년3개월 만에 신용대출 증가폭 주담대 추월

주담대는 주춤했지만 대신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은행권 기타대출은 3조4000억원 더 증가했다. 사상 최대 증가폭으로 주담대 증가폭을 앞질렀다. 기타대출이 주담대보다 더 많이 늘어난 것은 지난 2011년 5월 이후 6년3개월만이다. 기타대출은 일반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업용부동산(상가·오피스텔)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신용대출 증가폭이 3조원으로 전달 1조1000억원에 비해 세배 가까이 확대됐다.

주택 구입 용도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규제로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실수요자들이 생계용 등으로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이나 중개수수료·취득세 등 부수비용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8.2 대책 발표 후 초반에는 일부 은행 창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한달 여 전에 미리 신용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신용대출이 손 쉬워진 효과도 크다. 7월 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7월 3000억원, 8월 1조원 신용대출을 내주며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발’ 금리경쟁이 시작되면서 시중은행도 낮은 금리의 모바일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속속 선보였다.

계절적인 요인도 한몫했다. 8월은 휴가철로 이래저래 돈 쓸 일이 많은 달이다. 바닥난 통장을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로 채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당국 추석 이후 대출 문턱 더 높일 듯

8.2 대책 본격 시행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갈수록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8.2대책에 필요한 감독규정 개정으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3일 이후 주담대 신청건수는 급감했다. 8월1일부터 22일까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하루 평균 주택담보대출 신청건수는 1092건이었지만, 23일부터 31일까지는 464건으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추석 이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대출 문턱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8.2대책의 효과가 본격화하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안정화될 것”이라며 “8.2 대책의 효과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 하반기에는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올해 하반기 분양물량 증가로 집단대출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분기별 분양물량을 보면 1분기 5만6000호에서 2분기 8만1000호, 3분기 12만4000호, 4분기 10만7000호로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또 신용대출 급증으로 가계대출의 질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다는 점에서 주담대보다 더 위험하다는 평가다. 대출금리 수준도 더 높아, 추후 시장금리가 오르면 충격에 취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아직 신용대출 연체율은 낮은 수준”이라면서 “갑자기 신용 문제가 불거질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담대는 부동산 규제로 어느 정도 관리가 될 것이고 집단대출 역시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주담대가 강화하다보니 돈 필요한 이들이 신용대출 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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