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설' 중견 조선사...STX조선 일단 연명, 성동조선은 안갯속(종합)

채권단 실사 결과 '생사 기로'
산업銀 "3000억 현금 확보 가능
당장 청산하지 않고 끌고 간다"
"임시처방 버티기 불과" 회의적
'자본잠식' 성동조선 갈피 못 잡아
시장 상황 안 좋아 통합 논의 필요
  • 등록 2017-11-22 오전 6:00:00

    수정 2017-11-22 오전 8:45:58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없다는 채권단의 실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들 중형 조선사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STX조선은 보유 현금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일단 ‘버티기’에 돌입할 전망이지만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성동조선은 처리 방향이 안갯속이다. 정부 부처나 금융당국, 채권단 모두 향후 처리방향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국이다.

STX조선, 청산가지 > 존속가치..당장 청산 안 해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당장 청산하는 게 존속시키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의미다. STX조선은 2013년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 27일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7월 3일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조기 졸업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법원에 낼 정도로 STX조선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정밀 실사를 추진해왔다. 그러다 지난 8월 STX조선 선박 폭발 사고가 터지면서 최근에야 실사가 마무리돼 잠정 보고서가 나왔다.

STX조선의 청산가지가 더 높다는 실사 결과에도 산업은행은 STX조선을 당장 청산시키지는 않을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STX조선이 보유한 현금이 1500억원이고 여기에 원래 추진하려던 자산 매각을 통하면 3000억원까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예금을 담보로 이르면 이번주 내로 STX조선이 수주한 11척(1500억원 상당)에 대한 RG(선수금환급보증)발급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임시 처방성격의 ‘버티기’에 불과하다는 게 채권단 내부의 평가다. STX조선은 올해 11척을 수주했다. 기존 수주잔량은 4척인데 내년 2월이면 모두 인도가 끝난다.

성동조선 역시 실사결과 청산가치(7000억원)가 계속기업가치(2000억원)보다 높게 나온 상황이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 처리 방향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지만 자연스레 두 조선사의 통합 등을 포함한 중형조선사의 구조조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곳 상황 달라 통합 쉽지 않아...시장 상황은 압박

갈 길은 멀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 여건상 빅딜(인수합병)은 어렵다”며 “두 곳 모두 청산가치가 높을 정도로 장래가 불투명하고 어려운 상황인데 그대로 합친다고 회사 사정이 나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두 회사의 여건도 크게 다르다. STX조선은 영업이익을 창출하진 못하지만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면서 재무구조는 최악을 면한 상황이다. 한때 자본잠식 상태였던 STX조선의 부채비율은 9월말 현재 76%로 호전됐다. 반면 성동조선은 상대적으로 부실을 정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6월말 현재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1조430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올해 수주 역시 탱거선 5척에 불과하고 현재 경남 통영 야드 역시 유휴 상태다. 보유 현금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STX조선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두 회사의 통합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조선업 발주 시황이 살아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소속 해외경제연구소와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9월말까지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건조량의 5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건조된 배가 100이라면 새로 발주되는 배는 59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일감이 계속 줄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기간(3분기) 국내 중형조선소의 전체 수주량은 전분기에 비해 81% 급감한 상태다. 양종서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분기 누적 수주량은 국내 중형 조선사 필요일감의 50% 수준”이라며 “현재 중형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1년치에 못 미치는 일감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간 구조조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부 관계자는 “채권단으로선 해당 조선사들의 청산가치가 높게 나와 속도나 시기에 관계없이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는 건 이해한다”면서 “다만 고용문제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정부와 채권단의 협의가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 RG(선수금 환급보증)

조선사가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부도 등으로 선박인도가 불가능한 경우 금융회사가 선주에 선수금(계약금)을 대신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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