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흡연자들에게 '단기금연' 열풍 분 사연

  • 등록 2014-12-20 오전 9:00:00

    수정 2014-12-20 오전 9:0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A사의 직장인 5년차 김아무개 대리는 요새 일주일을 목표로 ‘단기 금연’ 중이다. 곧 회사 건강검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난 일년 간 누구보다 성실하게 담배를 피워 온 그는 이번 검진에서 흡연자로 ‘적발’되면 안 된다. 일주일 금연 여부에 거금 100만원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사연인 즉 이렇다. A사는 직원 건강을 위해 ‘금연 보너스’를 매달 8만원씩 지급한다. 연말 건강검진 시 ‘블랙리스트’ 직원을 대상으로 별도의 검사를 해 담배를 피웠던 것으로 드러나면 일년 간 지급한 보너스를 회수한다.

일주일 정도 담배를 안 피우면 체내 니코틴 지수가 떨어져 적발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연말이 되면 김 대리를 비롯한 A사의 흡연자들이 필사적으로 단기 금연을 하는 이유다.

김 대리는 처음에 용돈도 받고 담배도 끊어 볼까 싶어 비흡연자로 신고하고 보너스를 받았다. 하지만 어디 뜻대로 되는 세상일이 있었던가. 술을 거하게 먹은 어느 날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말았는데 고작 금연 시작 이틀 만이었다. 매달 보너스가 들어올 때마다 가벼운 죄책감이 들었지만 ‘공돈’ 8만원의 유혹은 너무도 달콤했다.

회삿돈을 정당하지 못하게 빼먹는 셈이라 떳떳하지 못하지만 나름의 불만도 있다. 니코틴 검사가 엄정하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여자 흡연자들도 있어요. 그런데 니코틴 검사는 대개 남자 직원들한테만 하죠. 일부 여직원들은 우리처럼 단기 금연도 안 하고 신나게 담배를 피운다니까요. 어차피 검사를 안 하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건강검진 기관에 별도의 니코틴 검사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래서 전 직원이 아닌 본인 같은 요주의 인물만 ‘표적 수사’를 당한다는 것이다.

니코틴 부족으로 퀭한 눈빛을 한 김 대리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건강검진 센터로 떠났다.

“새해부터 담뱃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이번에는 진짜 끊어볼까 합니다. 내년 이맘 때 단기 금연한다고 난리 피우는 동료들을 쿨하게 비웃겠어요. 그나저나 있다 검진 받고와서 같이 담배 한 대 피우시죠.”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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