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 이재우·박종석 "150분간 쉴새없이 뛰고 돌아야"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2001년 초연…2012년 이후 4년만 앙코르
48명 무용수가 펼치는 군무 하이라이트
이재우 "남성미 만끽…심리선도 잘 따라야"
박종석 "누구나 탐낼 만큼 카리스마 넘쳐"
26~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등록 2016-08-23 오전 6:16:10

    수정 2016-08-24 오전 8:22:55

남성발레의 진수를 선보일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의 주역무용수 이재우(아래)와 박종석. 이재우는 “굽히지 않는 강철 같은 스파르타쿠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고, 박종석은 “고뇌하는 장군의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사진=노진환 기자 shdmf@).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젤’ ‘라 바야데르’ ‘오네긴’ 등. 대부분의 클래식 발레작품은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주역으로 내세워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남성 무용수도 등장하긴 하지만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발레리나의 역할이었다. ‘스파르타쿠스’는 이 같은 흐름과 궤적을 달리한다. 발레리나 대신 근육질 몸매와 박력이 느껴지는 발레리노가 무대를 꾸미기 때문. ‘스파르타쿠스’를 ‘남성 발레의 진수’ 혹은 ‘힘의 발레’로 부르는 이유다.

역동적인 발레리노의 발레 ‘스파르타쿠스’가 국내 관객을 다시 찾아온다.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4년 만에 앙코르공연을 한다. 국내서는 국립발레단이 2001년 첫선을 보였고 2007년과 2012년에 앙코르무대를 올린 바 있다.

총 3막으로 이뤄진 ‘스파르타쿠스’는 볼쇼이발레단의 대표작이자 20세기 발레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기원전 73년 로마에서 노예반란을 주도했다가 실패하고 로마군에 포위돼 전사한 실존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투쟁과 사랑을 그리는 작품은 특히 48명의 남성무용수가 펼치는 웅장한 군무가 백미. 쉴 새 없는 도약과 회전으로 국내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파워풀한 무대를 보여준다.

공연을 앞두고 땀을 쏟으며 연습에 몰입 중인 동갑내기 무용수 이재우(25·수석무용수)와 박종석(25·코르드발레)을 만났다. 이재우는 이전 공연에서 ‘크라수스’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가 이번에 ‘스파르타쿠스’ 역에 발탁됐고, 로마장군 ‘크라수스’ 역을 맡은 박종석은 처음 합류한다. 두 사람은 “연습과정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낀다”며 작품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중심 작품의 주역을 맡은 소감은

△이재우(이하 이):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작품에 참여하게 돼 너무 뿌듯하다. 남성무용수가 이렇게까지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작품이 없기 때문에 욕심이 났다.

△박종석(이하 박): 직접 참여해보니 발레리노라면 누구나 탐낼 만큼 카리스마와 매력이 넘친다.

-남성무용수에게 ‘에베레스트’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어려운 점은

△이: 크라수스장군 역을 했을 때보다 조금 더 힘들다. 스파르타쿠스는 동작과 함께 감정표현에 무게감을 실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2막으로 이뤄져 있는데 스파르타쿠스는 3막이라 체력소모도 훨씬 심하다. 점프를 한 후에 파드되를 해야 하고 연이어 리프트 동작을 선보이기도 한다. 군무진도 쇠로 된 칼과 방패를 들고 연기를 해야 해서 더 어렵다.

△박: 육체적인 것보다 내면연기가 더 힘들다. 다른 작품의 경우 남성무용수는 연기하다가 빠지고 발레리나가 나와서 시간을 벌어주는데 ‘스파르타쿠스’는 쉴 새 없이 등·퇴장을 해야 한다. 150분을 그렇게 채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의 주역무용수 이재우(아래)와 박종석(사진=노진환 기자 shdmf@).
-각자 맡은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이: 크라수스가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것에 반해 스파르타쿠스는 노예신분이라 분노나 절망 등 자기 안의 감정을 꾹 누르고 있어야 한다.

△박: 크라수스 입장에서는 반란을 일으키는 스파르타쿠스가 악역이다. 스파르타쿠스와 결투를 하다가 한번 밀려날 때가 있는데 다시 군대를 꾸려 쳐들어갈 때의 폭발하는 감정 등을 잘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건방지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 4년 전에 공연이 끝나고 남자들끼리만 회식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고깃집의 고기를 다 먹어치우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주인아저씨가 더 이상 줄 고기가 없다고 하더라. 하하. 그만큼 남성무용수들에게 열량소비가 정말 많은 작품이다.

△박: 워낙 힘든 작품인 걸 아니까 다들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가끔씩 힘들 때는 그냥 소리도 지른다(웃음).

-작품의 관람포인트를 짚어준다면

△이: 남성적인 춤을 만끽하면서도 주인공의 심리를 유심히 들여다보길 바란다. 각 인물의 독백 장면이 하나씩 있다. 그 사람들이 무엇을 호소하고 이야기하는지 집중해서 보면 작품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박: 남성적인 에너지를 계속해서 발산하는 작품이다. 수십명의 남성무용수가 보여주는 화려한 군무가 결코 놓치면 안 되는 명장면이다.

-앞으로 어떤 발레리노가 되고 싶은지

△이: 편식하지 않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색깔을 낼 수 있는 발레리노가 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박: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춤으로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 국립발레단에 올해 입단해서 아직 해야 할 숙제가 많다. 어떤 역할에도 잘 어울리는 둥글둥글한 무용수가 되는 게 꿈이다.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의 주역무용수 이재우(오른쪽)와 박종석(사진=노진환 기자 shdmf@).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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