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 이어 이한위·김광규도…'출연료 미지급' 악순환 어디서부터?

지상파에서만 31억…미지급 제작사 대부분 폐업
방송사 '편성만 할 뿐' 발뺌…제작사 검증 책임가져야
연예인 근로기준법 적용 못 받아…보호장치 마련돼야
  • 등록 2020-01-22 오전 6:34:49

    수정 2020-01-22 오전 6:34:49

(왼쪽부터)배우 김광규, 가수 뮤지.(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막상 고소는 쉽지 않아요. 법적대응을 해도 돈을 돌려받는다거나 제작사를 처벌시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괜히 강하게 문제 제기하고 나섰다가 제작사, 방송사 업계에 미운털만 박히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요.”

조연배우 A씨는 최근 다수 연예인들이 방송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 역시 1년 6개월 간 출연료를 못받았던 적이 있었다”며 “매년 고질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우 이한위와 김광규, 이응경이 지난 2018년 1월 방송한 KBS W 드라마 ‘당찬 우리 동네’ 출연료를 2년 가까이 받지 못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제작사들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당찬 우리 동네’ 출연진이 지급받지 못한 출연료 액수는 약 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품은 기대에 못미치는 반응을 얻으며 조기 종영을 했다. 조기 종영의 책임이 출연진에게 전가된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KBS 키즈 ‘독서공감 서로서로’에 출연했던 슈퍼주니어 이특과 가수 뮤지도 2년 간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뮤지는 지난해 12월 DJ를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카메라 감독부터 스타일리스트까지 모두 한 푼도 못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연료 미지급, 지상파에서만 31억…제작사 폐업 부지기수

출연료를 둘러싼 제작사와 소속사, 연예인 간 갈등은 방송계의 고질적 문제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에서 집계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현황’(2017년 9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연기자들이 드라마 활동 후 받지 못한 출연료가 KBS, SBS, MBC 지상파 3사에서만 31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지급 사례들은 전부 외주제작사가 만든 드라마에서 발생했다. 송창곤 한연노 대외협력국장은 “지상파 외 다른 방송사 채널과 웹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건까지 합치면 그 피해액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미지급금이 발생한 외주제작사 대부분은 폐업으로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출연료 미지급이 빚어지는 일차적 원인은 제작사가 정산 책임을 지는 시스템에 있다. 모든 방송 프로그램의 비용 정산은 편성 방송사가 프로그램 제작비 일부를 지원해준 뒤 출연진 개런티 등 모든 비용 지급 과정을 외주제작사에 맡기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A제작사 대표는 “방송사가 주는 제작비 일부 외에 필요한 비용, 예산들은 제작사가 협찬과 PPL(제품간접광고)로 충당해야 한다”며 “프로그램 인기가 낮으면 그만큼 협찬이 잘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는다. 거기에 시청률이 저조해 조기 종영까지 결정되면 들인 돈을 더 회수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 비용을 메우려는 과정에서 제작사 측이 출연진 개런티를 전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쥐도 새도 모르게 폐업하는 영세 제작사들이 많은데 그 경우 미지급금을 받기 더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다은]
“편성만 하고 나 몰라라” 방송사 태도 개선 필요

정부는 이런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막고자 업계에 표준계약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문체부는 2013년 7월 양측이 부담할 제작비의 내역을 세부적으로 명시하고 제작사가 출연료의 지급 보증 절차를 밟거나 미지급시 방송사가 제작비의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의 표준계약서 지침을 내놨다. 하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여서 한계점을 지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 내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부실한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편성하는 방송사의 책임도 한몫 한다는 의견 역시 많다. B제작사 대표는 “자신들은 편성만 했을 뿐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방송사도 문제다”라며 “재무건전성이 낮거나 출연료 전용 등으로 업계 평판이 좋지 않은 제작사들의 경우 방송사가 검증을 거쳐 거르는 시스템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들 여건도 고려하지 않고 일거리만 잡으러 덜컥 계약을 맺은 제작사들을 방치한 건 방송사 책임”이라며 “제작 지원 규모 강화 등 방송사의 책임 정도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연료를 돌려 받기 위한 연예인들의 법적대응도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송창곤 한연노 국장은 “연예인에게 출연료는 임금에 해당하는데 이를 받지 못한 구제 받으려면 개별 소송을 진행하거나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내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런데 연예인들은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 조건을 규정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 받기 때문에 근로감독관을 통해 제작사에 지급 명령을 내리게 하거나 형사처벌 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별도의 민사소송이 가능하기는 하나 이런 문제로 언론에 보도가 되면 이미지 타격을 받는 건 연예인 쪽이다. 참는 쪽을 택하는 이유다. 법적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송창곤 국장은 “방송사의 책임을 늘리고 표준계약서 지침을 의무화해 보호장치를 마련하거나 연예인들도 노동자로서 임금 체불 구제를 보장받을 수 있게 법적 조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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