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규제, 현금부자만 더 부자로 만든 최악의 정책"

정진욱 51대 한국경제학회장 인터뷰
부동산정책, 외형은 가격 안정...불로소득 환수가 목표
대출규제, 단기적으로 가격 억누르는 모르핀 처방 불과
공급문제 정부가 개입 않고 놔두면 시장이 알아서 조절
  • 등록 2020-07-16 오전 6:00:00

    수정 2020-07-16 오전 8:19:49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진욱 연세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자유시장경제에서 투기는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투기를 잡는 것은 투자위험(risk) 뿐인데, 집값 하락 위험을 정부가 알아서 사전에 제거해주고 있으니 시장 수요가 줄어들긴 힘들다.”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연구실에서 가진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정부가 부당이득환수라는 정책목표에 매몰돼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책들을 쏟아내 국민들을 ‘방어적 투기꾼’으로 전락시켰다고 질타했다. 정 교수는 최근 제51대 한국경제학회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조바심에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이들을 그는 ‘방어적 투기꾼’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는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그는 “부동산 대출 규제는 현금 부자만 더 부자로 만들어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킨 최악의 정책”이라며 “정부는 시장의 유동성이 생산적인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는 양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미국의 금융·부동산 정보제공 업체인 ‘코어로직’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집값이 0.1% 하락 전환하고 내년 5월 하락률이 1년 전 대비 6.6%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6월 마지막 주 0.06%에서 7월 첫째 주 0.11%로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 건에 육박해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꾸준히 양도세를 올렸다. 경제원론 수준의 이론인데도 정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보유세를 인상하거나 매수자에게 과세하는 취득세가 오르면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반면 양도소득세는 매도자의 세부담을 매수자에게 전가해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특정한 투기세력만 잡아내면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생각은 순서가 틀렸다”며 “시장 기능을 통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도록 판을 짜야 투기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공화국이다. 자산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 정부는 투기세력을 비난하는데, 모든 국민이 투기를 하고 있다. 나만 집이 없으면 큰일난다는 방어적 동기의 투기다. 이건 값이 너무 급격히 올라서다. 규제가 한 몫을 했다.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한 방향으로 밖에 못 움직인다. 내려가지도 않을 뿐더러 급격히 떨어지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다. 일본이 1990년대 부동산시장이 폭락하고 20년 동안 경제가 휘청였는데 부동산 급락사태는 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정부가 써온 대책을 보면 자꾸 거래세를 올렸다. 양도소득세를 올리면 공급이 줄어든다. 그러면 가격이 오른다. 정부가 강제로 가격을 막는 건 초단기에만 가능할 뿐이다. 시장은 공급이 많으면 떨어진다. 수요 떨어져도 가격은 하락하지만 수요감소는 시장자체가 축소돼 피해가 크다. 공급을 늘리지 않는 가격 안정은 하늘에서 생선을 찾는 격이다.

▲정부의 공급확대정책은 시장에서 통할까.

-공급을 늘리겠다고는 했지만, 생산과 공급을 착각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3가지다. 가장 하수의 정책이 신도시 건설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시장이 원하는 위치에 제공하지 못한다. 둘째가 재건축 장려다. 인기지역에 높은 건물이 올라가는 것이다. 가장 상책은 양도소득세를 없애는 것이다. 매물이 나오는 게 만드는 것이 공급정책이다. 그런데 양도세를 계속 올렸다. 집을 보유한 자들은 정권교체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양도소득세 없애고 보유세를 올리면 가장 양질의 원하는 곳의 공급이 나오게 된다.

공급 확대시 우려되는 부작용도 많다

-교통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원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대가로 지불하도록 시장에 맡겨라. 전세계 어느 나라나 도심에 살려면 교통 지옥은 맛봐야한다. 공실은 시장이 조절할 것이다. 인구 줄고 집이 남으면 오래된 집부터 없어진다. 정부는 가만 놔두면 된다. 노자가 말한 ‘무위이무불이(無爲而無不爲)’가 처방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되지 않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목표가 이중적이다. 겉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시키는 것이 정책목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당이득환수가 목표다. 집으로 돈버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이 두개 목표는 순서가 있다. 가격을 먼저 안정시키면 불로소득은 자연히 없어진다. 그러나 부당이득환수가 우선적인 목표가 된다면 환수 과정에서 가격은 필연적으로 오른다.

▲세금을 올리면 시장은 안정화될까.

-경제원론으로는 부가세나 판매세 취득세 양도세 등 거래세의 성격을 가진 세금을 올리면 가격이 오른다. 부동산 같은 가격탄력성이 높은 것들은 특히나 더 오른다. 가격 낮추는 건 보유세를 높이는 방법뿐이다.

▲투기를 정부 규제로 막는 게 가능한가.

-튤립도 투기의 대상이었다. 자유시장경제에서는 투기를 본원적으로 막지 못한다. 오직 리스크만이 투기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그런 리스크를 자진해서 제거해주고 있다. 양도세를 올려 부동산으로는 돈을 벌 수 없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데, 이것의 허점은 전문 투기꾼과 국민이 구분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책을 도덕적 관점으로 접근해 성공한 역사가 없다. 국민은 갑자기 착해지지 않는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부동산을 투자해서 번 돈을 다 뺏긴다고 해도 최소한 잃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규제하면 가격은 오르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리스크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정부가 가격을 올려놓으니 투기를 막는 매커니즘이 없어진 것이다.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문제는 풀린 유동성이 생산성 있는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부동산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대출을 규제했다. 그런데 대출규제는 역진성의 문제가 있다. 현금 부자만 부동산에서 이득을 보게 만들었다. 대출 규제는 최악의 정책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억누르고 부자에게 득을 주는 정책이다. 단기적으로 가격을 묶어놓는 모르핀 처방에 불과하다. 모르핀을 맞으면 순간 고통은 사라지지만 병은 낫지 않는다. 오히려 내성을 길러 점점 대출 규제의 효과를 약해지게 만들 뿐이다.

▲연세대 경제학부 학사ㆍ석사 졸업 ▲미국 플로리다대 대학원 박사 ▲미국 플로리다대 경제학과 조교수 ▲미국 에모리대 경제학과 조교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싱가포르 싱가폴경영대 교수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제51대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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