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엉덩이 만진 뉴질랜드 외교관…음담패설보다 징계 가벼웠다

文정부 외교부 성비위 징계결과 보니
성희롱 발언도 감봉 3개월 이상
외교부 감사시 피해자 의견 반영 안돼…외교부 "재징계는 없을 것"
  • 등록 2020-08-12 오전 6:00:00

    수정 2020-08-12 오전 7:58:43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뉴질랜드 근무 중 현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한국 외교관의 징계 수준이 외교부에서 일어난 성 비위 사건 중 가장 가벼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는 피의자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피해자 동성이라…“성추행 의도 없었다” 결론

10일 이데일리가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받은 ‘문재인정부 외교부 성 비위 사건 징계결과’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외교부가 성 비위 사건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확정한 것은 총 7번이다.

이 중 경징계로 끝난 것은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과 행정여직원에게 성인잡지를 보여주는 등 성희롱 발언을 하다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독일 공관 외교관 2건뿐이었다. 유관기관과의 회식 자리에서 상대방 여직원에게 음담패설을 한 국장급 외교관의 경우, 강등 조치로 중징계를 받았다.

행위의 중대성만으로는 감봉 3개월과 강등 조치를 받은 2건의 조치와 비교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이 감봉 1개월의 경징계로 끝난 데에는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은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 A씨가 뉴질랜드 국적 남자 직원의 엉덩이와 가슴 등 민감한 신체 부위를 3차례에 거쳐 만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피해자는 2017년 말 이 사안을 현지 대사관에 신고했고 해당 대사관은 자체 조사를 벌였다. 조사 당시 A씨는 신체 접촉 사실은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문제의 행위를 “몇 차례 툭툭 쳤을(tap) 뿐”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A씨는 2018년 2월 임기가 만료돼 떠났고 곧바로 주필리핀 공사로 귀임 발령났다. 외교부는 2018년 하반기 자체 감사 과정에서 이 사안을 감찰해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처분했다.

김기현 의원실이 외교부 감찰관실에 문의해 받은 답변에 따르면, 외교부는 성문제 전문가와 성고충심의위원회 의견을 종합해 유사 사례와의 형평성, 가해자가 30년간 성 비위 문제가 없었다는 점, 사실 관계가 중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초 성 문제 전문가 의견서에는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사안만을 성희롱을 봤으나 사타구니와 가슴 부위를 만진 사안에 대해서는 성희롱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성고충심의위원회에서는 이를 보다 보수적으로 해석해 3가지 사안을 모두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감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피해자는 외교부 감사 결과를 제3자를 통해 전해들었을 뿐 정식으로 통보받지 못했다. .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동성(同性)이고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외교부가 사안을 가볍게 본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외교부가 이 사안에 대해 경징계를 내린 판단에는 피해자가 동성인 만큼 해당 행동이 성적인 의도를 담은 것이 아닌 친분 관계를 표시한 것이라는 판단이 전제돼 있었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2013년 세계에서 13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할 정도로 성 소수자의 인권에 민감한 국가이다. 이는 상대방에 성적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을 삼가야 할 대상이 이성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권위 외교부 감사 조사…“국제적 성인지 감수성 갖춰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례적으로 해당 사안을 꺼내 들고 나서면서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을 여러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인사 조치라며 귀임 발령을 했다.

A씨는 “14일 안에 돌아오라”는 지침에 따라 17일까지 한국에 도착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14일 격리조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대면접촉이 가능한 시점은 이달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외교부 차원의 재조사는 없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징계처분을 다시 내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피해자의 진정에 따라 국민인권위에서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의 감사결과가 적절했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인권위는 지난주 외교부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필립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항의 및 면담을 위해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뉴질랜드 경찰은 올해 2월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A씨가 현지에 없고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내 CCTV 확보 등 물질적인 증거 역시 수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질적인 수사는 진전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경찰력이 치외법권인 공관에 들어올 수는 없다며 자발적인 협조라는 원칙 하에 대사관 직원들이 서면 진술서를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뉴질랜드 측은 이를 거부하며 A씨의 입국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사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상황에서 자국민을 뉴질랜드로 송환하는 것은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A씨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뉴질랜드가 범죄인 인도청구를 할지가 관건이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어 양국 모두의 국내법상 최소 1년의 자유형 등의 범죄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송환을 요청할 수 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외교부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며 “국제사회의 성인지 감수성과 수준에 맞춰 외교부도 변화해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외교부의 무조건적인 직원 감싸기는 국제사회의 망신을 자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과 더불어 우리 외교부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관행과 타성의 문제는 상식과 합리성에 맞게 국제적 기준에 따라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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