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죄추정 원칙?, 재판 가서 찾아라"…軍 '표적수사' 의혹

②보호 안되는 피의자 방어권
무혐의 주장에 수사관 강압적 발언
피해자들에 진술 번복 회유 정황도
관계자들 "사실 아니다" 전면 부인
  • 등록 2020-11-23 오전 7:00:10

    수정 2020-11-23 오전 7:13:14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무죄추정의 원칙 같은 건 재판 가서나 찾으세요.”

국방부 근무지원단 소대장이었던 A장교는 군사경찰대대 수사관에게 이같은 말을 들었다고 했다. 올해 4월 병사 성추문 사건에 휘말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였다. 군사경찰 조직의 최상급 부대인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 역시 “안했어도 했다고 하면, 한게 되는게 대한민국 법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혐의를 주장한 피의자의 방어권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군사경찰의 현주소다.

‘무죄추정의 원칙’ 관련 말을 했다고 지목된 B수사관은 “피의자 1회 조사만 했고, 해당 내용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B수사관 상사인 수사과장은 해당 수사관이 피의자와 전화통화를 포함해 4번 접촉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 역시 총 5번이라는 A장교 얘기와 다르다. A장교를 수사한 C수사관 역시 “대한민국 법을 운운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A장교의 당시 상황 설명은 매우 구체적이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가 지키고 있는 청사 위병소와 그 뒤로 군사경찰 최상위 부대인 국방조사본부 등 건물이 보인다. [사진=노진환 기자]
“혐의 인정해라”…강압 수사 의혹

이번 사건 조사는 처음부터 잘못됐다는게 A장교 측 주장이다. 병사 신고로 부대에 알려진 이후 사실조사도 없이 당시 대대장으로부터 ‘옷벗을 준비를 하라’는 등의 ‘막말’을 들었다고 했다. 곧 보직해임 된 이후 군사경찰대대 수사과에서 강압적 수사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폭언과 욕설에 못이겨 허위 진술서를 썼다는 것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로 사건이 이첩된 이후, 대대 수사과의 강압에 의한 진술이라고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당시 A장교의 대대장이었던 모 군무원은 “손을 덜덜 떠는 등 불안해 보여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A장교가 주장한 발언들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보직해임 역시 정상적으로 심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수사과장은 “사실관계 확인시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혐의 요지 정도의 설명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당시 A장교가 눈물을 계속 흘리고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였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혐의사실을 고지하는 등 수사 절차를 명확히 할 경우 제2의 사고가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또 “혐의 인정을 강요한 사실 역시 없다”면서 “참고인들에 대한 진술서 수정도 없었고 사실관계 질의만 했으며 욕설 역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장교의 보직해임은 심의없이 급히 이뤄졌다. 심의는 그 이후에 이뤄졌다는게 A장교 측 얘기다. 또 자신은 수사과장 앞에서 운 적이 없고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혐의 인정을 강요하는 것에 반발했다는 입장이다. 수사과장으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들은 진술서 작성 이후 다시 불려가 담당 수사관 이름에 줄을 긋고 다른 수사관 이름을 기재토록 요구받았다고 주장한다. 공문서 위조에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과장의 욕설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모 수사관은 A장교가 군 검찰로부터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은 이후 인사담당 장교에게 전화를 걸어 ‘혐의없음이 무죄라는 의미가 아니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이 있다. 사실일 경우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해당 수사관은 다른 용건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장교가 물어봐서 ‘혐의없음’ 처분에 대해 설명해줬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해당 장교는 다르게 기억한다.

특정 부대원 비위 사실 축소 정황

군사경찰대대의 사건 조작 및 은폐 의혹은 또 있다. 최근 모 부사관의 비위 행위 사건이 보고돼 내부 수사가 진행됐다. 일정 부분 혐의가 인정돼 ‘견책’이 결정됐지만, 대대장은 이를 유예시켰다. 제보 내용을 종합하면, 사건 수사 및 징계 결정 과정에서 대대장이 피해자로 지목된 부대원들에게 진술서 번복 등 말을 바꾸도록 회유하고 징계 수위 등도 물었다는 의혹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부사관과 대대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맞담배’를 할 정도로 막역하다는게 주변 부대원들 얘기다. 그러니 상관 모욕과 성희롱성 발언, 부대원들에 대한 ‘막말’ 등의 혐의를 ‘품위유지의무위반(언어 폭력)’ 정도로 축소시키고 징계도 봐주기식으로 끝냈다는 것이다. 해당 부사관으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는 모 장교는 대대장의 부대원들에 대한 ‘폭언’도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대대장은 “피해자가 ‘조치를 원한다’고 진술한 내용에 대해 처벌을 원하는 것인지,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인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진술 수정을 회유하거나 징계 진행 과정에서 징계 수위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관계자 다수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해당 부사관이)평소 적극적으로 업무하는 점, 합참의장 표창 수상 등을 고려해 징계 유예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대원들에게 큰소리를 친적은 있지만 욕설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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